청약부금 중형 갈아타기 어려워져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정부의 주택청약제도 개편 방안은 장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힌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불합리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경제력이 약한 신혼부부나 젊은 독신자 등은 무주택 기간이 짧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면 현행 추첨제보다 불리해진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무주택 기간이 만 30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20대는 빨리 결혼하지 않으면 아예 무주택 기간 가점을 받을 수 없다”며 “20, 30대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상당 부분 봉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주택자에게 가점제 혜택을 주기 위한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60m²(전용면적 18평) 이하, 공시가격 5000만 원 이하인 주택 한 채를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이 60m² 초과 주택에 청약할 때에만 주택 보유 기간만큼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되지만 이런 기준 5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데다 보유 기간 10년은 너무 길다는 불만이 높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민영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 및 예금(서울은 300만 원) 가입자 가운데 주택 보유자(84만5197명)는 가점제가 시행되면 30평형대 아파트에 당첨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가점제 대상 주택에 청약할 때 1순위에서 무조건 배제되기 때문에 추첨제 물량을 선택해야 하지만 25.7평 이하는 전체 공급량의 25%만 추첨제로 분양된다. 더욱이 가점제에서 탈락한 무주택자들이 자동으로 추첨제 대상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추첨에서도 극심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2억5000만∼5억 원짜리 전세(25∼30평형)에 사는 무주택자가 강북권 25∼30평형의 연립주택(1억5000만∼2억 원)에 살고 있는 유주택자보다 더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186만여 명의 청약부금 가입자는 정부가 청약저축 가입자를 배려하는 공영개발을 확대하면서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집 없는 청약부금 가입자는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책이 나오지 않자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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