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vs 국민은행, 리딩뱅크 ‘자존심 전쟁’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29일 취임식에서 “임기 동안 1등 은행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2005년 자산 규모가 3위였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177조 원)을 제치고 2위(186조5000억 원)로 올라섰다. 1위 국민은행(211조 원)과의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하지만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1등 은행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 ‘빅3’인 국민 우리 신한은행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카드 부문에서 전쟁은 시작됐다’

박 행장과 강 행장은 살아온 이력이 크게 다르다.

박 행장은 연세대를 나와 안국화재와 삼성화재를 거쳐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사장을 지내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은행 경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행장은 초등학교는 일본, 중학교는 한국, 고등학교는 홍콩, 대학교는 미국에서 나온 ‘글로벌 시민’의 전형. 도이치방크 서울지점 대표와 서울은행장 등 줄곧 은행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동안 강 행장은 ‘1등 은행장’이면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잘만 키우면 복덩어리가 됐을 LG카드 인수를 포기한 뒤 신한금융지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인수도 목전에서 무산됐다.

올해 초부터 국내 은행들이 카드 부문을 ‘전쟁터’로 삼았는데 하필 카드회사 출신의 박 사장이 ‘다크호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올해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강 행장으로선 박 행장과의 승부가 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박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존 카드는 디자인 수준이 현저히 낮아 전면 개선하겠다”고 했다. 강 행장도 “카드 보험 등 전 영역에 걸쳐 영업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 ‘리스크 관리’ vs ‘해외 진출’

박 행장은 우리은행의 ‘시스템 구조조정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지난해 대출이 46조 원가량 급증한 데 따라 리스크관리본부를 별도로 신설하기로 했다. 또 프라이빗뱅킹(PB)본부는 두 개로 나눠 이 부문을 키워 나가기로 했다.

박 행장에게 ‘1등 국민은행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강 행장은 부드럽고 강한 리더십으로 은행을 성장시켰지만 나는 기업문화가 훌륭한 신한은행이 부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 행장은 “리스크관리본부를 통해 본격적으로 은행 자산관리에 나선 박 행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국민은행은 해외 진출을 통해 1등 은행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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