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부문에서 전쟁은 시작됐다’
박 행장과 강 행장은 살아온 이력이 크게 다르다.
박 행장은 연세대를 나와 안국화재와 삼성화재를 거쳐 서울보증보험과 LG카드 사장을 지내면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은행 경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행장은 초등학교는 일본, 중학교는 한국, 고등학교는 홍콩, 대학교는 미국에서 나온 ‘글로벌 시민’의 전형. 도이치방크 서울지점 대표와 서울은행장 등 줄곧 은행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동안 강 행장은 ‘1등 은행장’이면서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잘만 키우면 복덩어리가 됐을 LG카드 인수를 포기한 뒤 신한금융지주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고두고 후회했다는 후문이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 인수도 목전에서 무산됐다.
올해 초부터 국내 은행들이 카드 부문을 ‘전쟁터’로 삼았는데 하필 카드회사 출신의 박 사장이 ‘다크호스’로 화려하게 데뷔한 것이다.
올해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강 행장으로선 박 행장과의 승부가 행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날 박 행장은 “우리은행의 기존 카드는 디자인 수준이 현저히 낮아 전면 개선하겠다”고 했다. 강 행장도 “카드 보험 등 전 영역에 걸쳐 영업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 ‘리스크 관리’ vs ‘해외 진출’
박 행장은 우리은행의 ‘시스템 구조조정 계획’도 이날 공개했다.
지난해 대출이 46조 원가량 급증한 데 따라 리스크관리본부를 별도로 신설하기로 했다. 또 프라이빗뱅킹(PB)본부는 두 개로 나눠 이 부문을 키워 나가기로 했다.
박 행장에게 ‘1등 국민은행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강 행장은 부드럽고 강한 리더십으로 은행을 성장시켰지만 나는 기업문화가 훌륭한 신한은행이 부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 행장은 “리스크관리본부를 통해 본격적으로 은행 자산관리에 나선 박 행장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국민은행은 해외 진출을 통해 1등 은행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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