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지로버의 엔진 소리에는 슈퍼 차저 특유의 날카로움이 들어 있는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전통적인 미국 V8엔진의 으르렁거림이 소름을 돋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에스컬레이드의 엔진음이 훨씬 듣기 좋았다.
괴력을 잠재우는 브레이크의 성능은 레인지로버가 약간 앞섰다. 핸들링도 레인지로버가 영국 차 특유의 탄탄함과 적응식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비교 우위를 보였다. 실내디자인도 과거 BMW의 터치가 살아 있는 레인지로버가 세련된 느낌을 줬다. 에스컬레이드는 화려하긴 했지만 섬세함이 부족했고 미국인의 체형에 맞췄기 때문인지 체구가 작은 편인 기자에게는 각종 편의장치 사용이 약간 불편했다.
그러나 외모에서는 에스컬레이드의 완승이었다. 길을 나서자 화려한 모습의 에스컬레이드에 시선이 집중됐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흡인력이 컸다. 반면 SUV의 귀족으로 통하는 레인지로버는 수수한 외모 탓인지 차량 행렬 속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차종은 대식가여서 연료통에 100L의 휘발유가 들어간다. 서울시내에서는 1L로 겨우 3∼4km밖에 주행할 수 없었다. 가격은 레인지로버 1억4500만 원, 에스컬레이드 1억2000만 원으로 역시 덩칫값을 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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