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변동 신고내역 보니 과거제도 '맹점' 여실

  • 입력 2007년 3월 30일 14시 31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이남주)가 30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625명의 2006년도 재산변동 신고내역은 보유재산의 가액변동 사항까지 신고하도록 기준이 바뀌면서 공직자들이 보유한 재산의 `실체'에 보다 근접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재산공개 제도 `맹점' 확인= 올해부터 적용된 `재산가액 변동사항 신고제'는 부동산, 증권 등 주요재산의 가액변동 사항을 해마다 갱신해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주요재산에 대한 매매 등 거래 없이 `공시가격'만 변동됐을 때는 신고대상에서 제외했다.

예를 들어 20년 전 구입한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는 `거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매년 재산신고 때마다 20년 전 공시가격을 그대로 신고할 수 있어 재산등록 내역과 실재 재산가치에 엄청난 괴리가 생기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부동산의 경우 재산신고 기준일(1월1일) 직전에 정부가 고시한 공시가격을, 증권 또는 예금 등 유동성 자산은 신고기준일의 실제 보유가격을 기준으로 재산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이처럼 재산가액 변동사항 신고제가 적용되면서 올해 재산공개 대상자 625명의 재산은 1명당 평균 2억6500만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액변동분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제도를 기준으로 신고했다면 1명당 평균 재산증가분은 5400만 원으로 크게 떨어진다. 이는 지난해 1명당 평균 증가액 6600만 원보다도 18.1%나 낮은 규모다.

결국 기존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고위공직자 1명당 평균 2억1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재산이 시야에서 가려져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기존제도를 적용하면 재산증가자는 487명(77.9%), 재산감소자는 138명(22.1%)으로 나뉘지만 가액변동분을 감안하면 증가자는 565명(90.4%)으로 훌쩍 뛰는 반면 감소자는 60명(9.6%)의 미미한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아울러 재산증가 규모도 종전대로라면 `1000만¤5000만 원 미만'이 28.6%(179명)로 가장 많았으나 가액변동분을 적용할 경우 `1억¤5억원 미만' 증가자가 47.5%(297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 고위공직자들의 재산변동 내역의 비중은 가액변동분이 79.5%, 봉급저축 또는 기타 금융소득 증감 등 `순자산'의 변동분이 20.5%를 차지한 것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가액변동분을 반영한 새 재산공개제도 역시 부동산의 경우 지난 2005년 변동분이 반영되도록 돼 있어 재산신고기간과 재산변동기간 사이에 1년이라는 괴리가 발생한다.

부동산의 경우 신고기준일(2006년 1월1일) 직전에 발표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1월1일 직전에 정부가 고시한 공시가격은 2005년 변동분을 감안해 2006년 1월1일을 기준으로 2006년 상반기에 발표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5년 4분기부터 2006년 2분기까지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신고내역에는 2006년 상반기 부동산 상승분이 고스란히 `빠져있는' 셈이다.

◇ 재산증가도 `희비쌍곡선' = 올해부터 재산가액변동분을 신고토록 한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고위공직자중 `자산증가자' 순위에도 희비가 갈렸다.

종전 기준을 적용해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람은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저축, 부동산 신고가액과 실매매가 차액 등에 힘입어 10억5516만 원이나 늘었다. 전체 재산은 33억2620만2000원으로 곽 사장은 가액변동 증가분까지 포함한 전체재산 증가에서도 5위에 랭크됐다.

이어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이 토지매수자의 등기 지연으로 `장부상에서만 9억2680만8000원이 늘어 2위였으며, 권오갑 한국과학재단 이사장(공유지분 정정 재신고 등) 8억6286만2000원, 박승무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부동산 신고가액과 실매매가의 차이) 7억3709만2000원, 하태신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배우자 신규등록) 7억3345만5000원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가액변동분을 감안하면 `순위매김' 결과가 전혀 달랐다.

1위는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으로 실제로는 세금납부, 생활비 지출 등으로 인해 5488만4000원이 줄었는데도 가액변동으로 인해 40억2092만1000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건 안동대 총장도 은행 대출금 증가, 어머니 의료비 지출 등에 따라 실제로는 1억7698만9000원이 줄었지만 장부상으로는 31억9712만2000원이 늘었으며, 홍기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도 생활비 지출에 따라 508만 원이 순감했으나 명목상으로는 28억5326만2000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표시됐다.

또 서승진 산림청장은 저축 증가분 2093만8000원에다 가액변동분 20억2975만1000원까지 더해 모두 20억5068만9000원이 늘어 4위에 등극했다.

◇`고지거부' 6월부터 엄격히 제한 = 올해부터 가액변동분이 재산신고에 반영된데 이어 오는 6월29일부터는 `고지거부' 절차도 엄격히 제한된다.

공직자들의 재상공개 범위는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포함하지만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고지거부 요건도 자녀 결혼, 부모의 신규사업으로 국한돼있다. 여성 공직자는 직계존속의 대상이 친부모가 아니라 `시부모'다.

지금까지는 먼저 고지거부한 뒤 사후심사를 받도록 했으나 관련 법규가 바뀌면서 오는 6월29일부터는 `사전허가제'로 바뀐다. 이에 따라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도 일정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고지거부 사전허가제가 정착되려면 `부당증여' 등에 대한 면밀한 심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재산공개 때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25명이 직계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으나 올해에는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등 31명이 새로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재산공개 대상자중 지금까지 고지거부를 했던 사람은 모두 200여명에 이른다.

권 위원장은 지난해에는 차남 재산 240만7000원을 함께 신고했으나 올해에는 차남이 분가해 별도의 직업을 갖게 됐다면서 신고내역에서 제외했고, 이승신 한국소비자보호원장은 올해에는 시부모의 재산내역을 고지거부해 전체 재산이 12억6056만7000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386.재야출신' 상대적 빈곤 = 올해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국무위원중 박홍수 농림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등 386세대이거나 재야 운동가 출신 장관들의 재산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 대통령 비서실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비교적 `가난한' 축에 속했다.

농민운동가에서 농림부 장관으로 변신한 박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 온가족의 저축으로 1억3512만2000원이 늘었지만 전체 재산은 마이너스(-) 2941만8000원으로 국무위원중 가장 가난했다.

이치범 장관은 봉급, 성과급, 채무상환 등으로 7784만 원이 늘어나 전체 재산이 1억1244만2000원으로 집계됐고, 유시민 장관도 저축과 채무상환에 힘입어 4698만4000원이 증가해 전체 재산은 2억6407만6000원으로 다소 불어났다. 또 국무위원으로 첫 신고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재산이 3억394만3000원으로 국무위원중에선 하위에 머물렀다.

노 대통령의 재산은 건축비, 장남 유학비용 등의 요인으로 866만1000원이 줄어들면서 8억2066만9000원에 머물렀다. 반면 당시 김용덕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수익증권 투자이익 등 덕분에 전체 재산이 29억1649만3000원으로 비서실 인사중 최고의 자산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차의환 혁신관리수석비서관 20억5086만5000원,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 20억2824만9000원 등의 순이었고 변양균 당시 정책실장(16억8234만9000원), 이정호 시민사회수석비서관(10억9865만1000원), 윤대희 경제정책수석비서관(10억7096만7000원) 등도 10억대의 자산가에 속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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