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조선 10배 전기전자 9배 성장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동아건설 장기신용은행 서울은행 LG반도체….’ 이들은 불과 10년 전 국내 증시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대표적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파산, 상장(上場)폐지, 다른 회사로의 피(被)인수 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6년 말부터 2006년 말까지 한국 증시 10년의 역사에서 한국의 주요 업종과 기업은 외형적 성장과 함께 질적 변화도 겪었다.》

○ 상위 50위 기업 19개만 자리 지켜

먼저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덩치’는 지난 10년에 걸쳐 약 6배로 커졌다.

상장 기업의 감소(760개→731개)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117조3699억 원에서 704조5875억 원으로 급증했다.

업종별로는 시가총액이 842% 증가한 전기전자(21.8%)가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4조5928억 원에서 101조2545억 원으로 ‘도약’한 데 힘입어 시가총액 비중이 7.92%포인트 높아졌다.

유통업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내수 비중이 커진 데다 롯데쇼핑의 신규 상장으로 유통업의 시가총액은 3조8930억 원에서 50조4510억 원으로 불어났다.

선박 수주, 제조 기술력 등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조선업도 시가총액이 약 10배나 커졌다.

서비스업 시가총액이 6900억 원에서 약 44배인 30조 원으로 급증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지주회사가 포함된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개선 등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높아지고 대주주의 지분 정리가 본격화되면서 LG GS홀딩스 농심홀딩스 등 지주회사로의 개편이 줄을 이었다.

한편 섬유·의복의 시가총액이 3%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종이·목재, 비금속(시멘트) 등 사양업종의 부진은 주가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 하이닉스 반도체-LG카드 등 감자 통해 회생

1996년 말 시가총액 기준 7위였던 통신업체 데이콤(현 LG데이콤)은 2000년 1월 LG전자에 인수됐고, 지난해 말엔 시가총액 순위가 83위까지 밀려났다.

이처럼 시가총액 50위 기업들은 1997년 말 외환위기의 거친 ‘파고(波高)’ 속에서 격동기를 거쳤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상위 50위를 유지한 기업은 19개(38%)에 불과했고, 경영권이 바뀐 기업도 7개에 달했다.

신규 상장한 뒤 50위에 들어간 기업은 KT 롯데쇼핑 LG카드 등 11개, 합병이나 기업분할 등으로 회사의 ‘실체’가 바뀐 곳이 11개였다. 신세계를 비롯한 8개 회사는 50위권 밖에서 새로 진입했다.

한편 현재 50위권에서도 경영난으로 감자(減資·자본금을 줄이는 것)를 실시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하이닉스반도체가 2003년 3월 21 대 1의 감자를 했고 LG카드도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43 대 1, 5.5 대 1의 감자를 실시했다. SK네트웍스, 외환은행, 현대건설 등도 대규모 감자를 통해 회생했다.

한편 업종별로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의 부침이 심했다. 50위 기업 중 17개 기업이 금융회사였지만 지난해엔 11개에 불과했다.

○ 금융업, 구조조정 거치며 ‘과점’으로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한 기업들의 독점, 과점화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강성모 상무는 “금융업의 경우 시가총액의 비중은 10년 전 18.24%에서 지난해 말 19.54%로 큰 차이가 없다”며 “10년 전 10여 곳에 이르던 시중은행이 통폐합되면서 이제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은행이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상무는 “대우그룹의 몰락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10년 국내 증시는 ‘리스크’가 큰 시장이었다”며 “현재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개선됐고 시장 지배력도 높아져 지난 10년과 같은 심한 부침을 겪지 않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 정영완 센터장은 “업종별 시가총액의 변화를 보면 국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비중이 7 대 3에서 최근엔 5 대 5정도”라며 “국내 산업구조가 외부 환경이나 경기 변동 등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거래소는 “상장사의 매출액은 291조 원에서 605조 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지만 수익은 1조1375억 원에서 약 42조 원으로 수십 배나 늘었다”며 “국내 기업들이 경영의 무게 중심을 외형 성장에서 수익성으로 옮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주요 업종의 시가총액 변화 추이단위: 원, %
업종1996년 말 시가총액2006년 말 시가총액증가율
금융21조4000억(18.24)137조8000억(19.57)544.1
전기전자16조3000억(13.90)153조7000억(21.82)842.4
전기가스11조1000억 (9.48)32조3000억(4.58)190.2
화학7조5000억 (6.42)54조8000억(7.79)627.9
운수장비5조8000억 (4.97)58조2000억(8.27)898.8
유통3조8000억 (3.32)50조4000억(7.16)1195.9
괄호 안은 비중.

유가증권시장 10년 비교
구분1996년2006년
상장사(개)760731
시가총액(원)117조3699억704조5875억
자본총계(원)83조7238억349조5248억
부채비율(%)262.8784.89
매출액(원)291조183억605조5532억
순이익(원)1조1375억42조8764억
자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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