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는 바른 편이시네요.”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스포츠 코어샵 NBX’의 조민형(36) 점장. 발에 맞는 운동화를 골라 달라고 했더니 서 있는 자세부터 살폈다. 신발을 고를 때는 발의 형태뿐만 아니라 서 있는 자세와 걷는 모습, 뛰는 습관까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 어떤 운동을 할 때 신을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단다. 체계적으로 족부의학(podiatry) 교육을 받은 신발 전문가인 조민형 점장과 함께 직접 매장을 돌아보면서 운동화 고르는 법을 알아봤다.
#1. 신발을 보기 전에 발 길이와 발볼을 먼저 쟀다.
☞신발 코와 가장 긴 발가락(엄지나 둘째 발가락) 사이에 엄지손톱 정도의 공간이 남는 사이즈가 좋습니다. 이때 전체 길이만 따져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발 길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발가락이 짧다면 신발을 좀 더 크게 신어야 합니다. 신발이 꺾이는 부분과 발이 꺾이는 부분이 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 길이만으로 신발을 골라서는 안 됩니다. 발볼에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은 같은 길이에 너비가 세분된 운동화들이 나옵니다. 반드시 발볼을 재서 맞는 운동화를 신으세요.
#2. 다음은 발의 생김새와 다리 형태를 따졌다.
☞발등의 높낮이, 발바닥의 오목한 정도를 체크하세요. 발바닥이 오목하게 많이 파이고 발등이 높은 ‘오목발’이냐, 발바닥이 평평한 ‘평발’이냐에 따라 다른 신발을 골라야 합니다. 평발에 가까운 사람은 쿠션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평발은 달리거나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휘기 쉽습니다. 따라서 신발 밑창 안쪽 부분에 강도 있는 소재를 사용해 발이 안쪽으로 꺾이는 걸 방지해 주는 ‘평발용’ 운동화를 신어야 합니다. 단, 다리가 바깥으로 휜 O자형 다리인 사람은 주의하세요. 평발이 아닌데도 O자형 다리 때문에 평발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O자형 다리는 발 바깥쪽에 압력이 높은데 평발용 신발을 신어 바깥쪽에 더 무게가 실리면 무릎에 무리를 줍니다. 따라서 O자형 다리는 가급적 평발용 신발을 안 신는 게 좋습니다.
#3. 발과 다리 모양을 체크한 뒤에도 신발을 직접 신어 보는 건 이르다. 보행 습관을 따져봐야 한단다. 흔히들 러닝머신이라고 부르는 트레드밀에 올라섰다. 걷고 뛰는 모습을 ‘풋스캐너’라는 전용 캠코더로 촬영해 느린 화면으로 재생해서 봤다. 평소 자신이 걷거나 뛸 때의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
☞걷거나 뛸 때 사람의 발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통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착지할 때 생기는 충격을 완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발이 안쪽으로 기우는 습관을 갖고 있죠. 그런데 지나치게 기울어지면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따릅니다. 안쪽으로 심하게 기울 때는 밑창 안쪽 쿠션이 딱딱해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안짱걸음으로 걷는 사람, 평발인 사람이 이런 경우에 많이 해당합니다. 바깥으로 많이 기울어지면 쿠션이 들어간 뒤가 높은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팔자걸음이 심하거나 다리 형태가 O자형인 사람, 발이 심하게 오목한 사람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총총 걸음으로 뛰거나 걷는 사람은 착지할 때 발 앞부분이 먼저 닿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발뒤꿈치를 받쳐줄 수 있도록 뒤가 높은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4. 진단은 끝났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란다. 어디서 신을 운동화인지, 피트니스센터에서 신을 운동화라면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는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하는지,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뛰는지, 걷는지도 꼼꼼히 따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걷기, 마라톤, 등산, 테니스, 웨이트 트레이닝, 축구 등 운동 종목에 따라 다른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요즘 파워워킹, 마사이워킹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요, 러닝화를 신고 걷기 운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달리기가 ‘S’자 운동이라면 걷기는 직선 형태의 수직 운동입니다. 뛸 때는 몸무게의 2∼3배의 충격이, 걸을 때는 1∼1.5배의 무게가 발에 더해집니다. 러닝화는 ‘S’자 운동 착지를, 워킹화는 직선 운동의 착지를 잡아주는 구조입니다. 러닝화는 발뒤꿈치 굽이 두껍고 신발 앞쪽이 올라간 형태로 신발 바닥에 굴곡이 있는 편입니다. 반면 워킹화는 굽이 낮고 밑창이 일자 형태에다 더 단단한 편입니다. 따라서 달리기 운동에는 러닝화를, 빠르게 걷기에는 워킹화를 신으세요. 걷고 뛰는 운동을 고루 하는 경우라면 러닝화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5. 특별히 운동을 막 시작하려는 초보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없냐고 물었다.
☞달리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무조건 가벼운 운동화를 찾는다는 겁니다. 초보 러너는 가벼운 신발을 신으면 무릎과 허리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쿠션이 적당히 있고 무게감이 있는 신발을 고르세요. 흙길이나 지면이 고르지 못한 비포장도로에서 걷거나 뛴다면 밑바닥이 울퉁불퉁하고 바닥 미끄럼을 방지해 줄 수 있는 트레일용, 산악용 워킹화(또는 러닝화)를 신는 게 좋습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주로 하는 사람은 러닝화, 워킹화 대신 피트니스화를 신으세요. 신발 밑창의 경사가 거의 없고 바닥에 닿는 면적이 넓어 기구 운동을 할 때 힘이 골고루 분산됩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운동화 제대로 고르는 법
○ 신발 코와 가장 긴 발가락(엄지나 둘째 발가락) 사이에 엄지손톱 정도의 공간이 남는 게 맞는 사이즈다.
○ 양말 두께에 따라 발 치수도 차이가 난다. 운동할 때 신을 양말을 신고 발 치수를 잰다.
○ 발은 낮 동안 활동하면서 붓는다. 늦은 오후나 저녁 때 운동화를 사는 게 좋다.
○ 신던 운동화를 가져가자. 신발의 마모 상태나 변형된 모습에 운동 습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신발을 고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 운동화를 고를 때 앉아서만 신어보지 말고 신은 뒤 걷거나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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