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Only 제조업? 새 동력을 찾아라
1.과감한 결단과 리더십이 발전 원동력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장은 경영진의 리더십과 과감한 결단,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동양방송 이사로 재직할 때 “개인적으로라도 해 보겠다”며 한국반도체 부천공장 인수를 밀어붙였다. 그는 실제로 개인 자금으로 한국반도체를 사들여 오늘날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냈다. 당시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는 것은 무모한 도박”이란 비판이 사내외에서 쏟아졌지만 이 회장은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는 수시로 거시적 비전과 영감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삼성전자의 지속적 혁신을 이끌어 왔다.
11년째 최고경영자로 재직 중인 윤종용 부회장도 항상 위기의식과 변화를 추진하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 왔다. 윤 부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위기와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 생각과 의식의 변화는 위기의식에서 오는 것이다. 물이 흐르듯이 기업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발전한다”고 말해 왔다.
우수 인재 확보와 치열한 내부 경쟁도 삼성전자의 발전을 이끌었다. 경영진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우수 인재를 직접 면접한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자는 본능적으로 사람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니 그 이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그렇게 영입된 인물이다. 삼성전자 측은 “필요하면 회장 전용기를 띄우는 것은 물론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대우도 제시한다”고 밝혔다.
‘내부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제품만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디지털기기의 컨버전스(융합) 시대로 들어가면서 삼성전자의 사업부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2. 유기적인 사업구조-위기관리 능력 큰 강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을 유기적으로 짜인 사업구조(포트폴리오)와 그로 인한 위기관리 능력에서 찾는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휴대전화는 활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교차하는 분야”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한 제품의 위기를 다른 제품의 이익이 상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외에는 반도체부터 완제품까지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가 별로 없다”며 “이것은 여러 가지 기술이 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적합한 사업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TV 사업은 확실한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Cash Cow)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V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시장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1992년, 전체 메모리 반도체는 1993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지금까지 이를 지키고 있다.
휴대전화도 ‘애니콜 신화’를 만들며 세계적 명품(名品)으로 자리 잡았다.
TV는 최근 유망 사업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을 합친 전 세계 TV 시장에서 판매대수와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캐시 카우가 창출하는 이익을 투자에 돌려 지배적 시장 지위를 계속 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투자를 위한 내부 유보금 규모는 6조 원에 이른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라인 신설에 수조 원이 들어가는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를 신속하게 할 수 있는 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3. 서비스-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 옮겨라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훌륭하지만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나치게 제조업 즉,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업의 중심을 서비스와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가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과 노키아가 온라인 음악서비스와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애플은 지난 3년간 15억 곡의 음악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으며 최근에는 디즈니 등과 손잡고 영화 등 동영상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노키아는 전 세계 수백 개 업체로 이뤄진 대규모 이동통신 솔루션 포럼을 이끌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성장사업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위기 요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출신의 전자산업 전문가는 “최근 이건희 회장이 4∼6년 후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런 부분과 맥이 닿아 있다”며 “삼성전자가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프린터 사업 외에 특별한 미래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쫓아갈 경쟁 대상이 없다는 점 역시 큰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을 준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전에는 일본 기업들을, 최근에는 미국 GE를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모방할 대상이 없어져 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혁신을 계속한다면 성장 애로를 극복해 나갈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역량과 자금, 인재를 모두 갖춘 회사”라며 “지금까지처럼 위기의식을 가지고 방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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