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허 씨 'FTA반대 유서' 남겨

  • 입력 2007년 4월 1일 20시 48분


1일 오후 한미FTA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하얏트 호텔 정문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택시기사 허모(56·서울 관악구) 씨는 자신의 집에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밝혔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허 씨가 치료받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허씨 집 장롱 속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편지지 한장 짜리 유서를 공개했다.

허 씨는 유서에 "망국적 한미 FTA 폐지하라.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단하라. 졸속 밀실 협상내용을 명백히 공개 홍보하기 전에 체결하지 마라"고 적었다.

그는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저 멀리 가서도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민주택시 조합원 허○○"라고 유서를 끝맺었다.

16년 이상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독신으로 살아온 허 씨는 회사에서 노조 대의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해 왔을 뿐 아니라 민노당 당원, 참여연대 회원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 몸 담아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참여연대 회원 자격으로 청와대 앞에 찾아가 한미FTA 체결 중단을 요구하며 몸에 피켓을 둘러메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평소 FTA관련 신문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택시에 타는 승객들에게 범국본 선전물을 복사해 나눠주는 등 한미FTA 반대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허 씨를 치료하고 있는 한강성심병원 의료진은 기도까지 상하는 등 허씨의 상태가 심각해 생존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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