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 득실과 전망

  • 입력 2007년 4월 2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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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에서 IT 분야는 미국측은 명분을,우리측은 시장 방어라는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무엇보다도 쟁점이었던 기간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한도를 종전대로 49%로 묶어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방어 장치를 유지하면서 `공익성 심사'라는 제도를 통해 간접투자는 허용, 투자활성화라는 시장 기능의 유연성을 높였다.

다만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경우 저작권 침해의 범위가 확대되고 저작권 위반업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지는 등 미국측의 입장이 상당 부분 수용돼 향후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업체들의 서비스 행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기간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제한 존속

통신분야에서 가장 큰 쟁점은 기간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한도를 현행 49%에서 51%로 확대하거나 아예 이를 폐지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이 목적이 아닌 단순한 투자를 할 경우 이를 최대한 허용했다. 즉 최대주주가 외국인으로서 15% 이상 지분을 가진 법인을 통해 간접투자하려 할 때 공익성 심사를 받으면 49%를 넘어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공익성심사 제도는 경영권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지를 정부가 심사해서 경영권을 제한하는 제도로 단순 투자 목적 이외의 경영권 인수는 제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도 유선사업자의 경우 외국인이 20% 이상 주식을취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공익성심사제도는 국가 통신주권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기술 표준 독립성 인정

미국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기술 표준 설정 및 선택 과정을 정부가 아닌 개별 사업자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한 예로 미국은 지난 2002년 대통령 특사를 한국에 파견,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던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기술선택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며 강력 항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협상에서는 공공정책 목적의 정부 표준정책 추진 권한과 통신사업자의 기술선택 자율성을 모두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타결됐다.

한국 정부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정부의 독단적인 기술표준 설정이나선택을 하지않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이 산ㆍ학ㆍ연 협업으로 개발했지만 국제적 기술들을 받아들여 세계 표준이 된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예를 들며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자칫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산업정책을 유도해 나갈 수 없고 `기술식민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던 기술선택의 자유 쟁점도 원만히 마무리됐다.

◇지배적 통신 사업자의 기간망 개방

KT와 SK텔레콤 등 지배적 통신 사업자의 기간망 개방에 대해서는 양측이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간의 차별을 두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지배적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용회선 등 망을 활용하고 상호접속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미국측은 외국인이라고 해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금도 외국업체가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빌려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경우 유.무선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별정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이미 100% 허용돼 있는 상태여서 큰 차이는 없다.

무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이미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넥스텔의 무선망을 임대해 미국에서 MVNO(가상이동망사업자) 사업을 할 정도로 상황이달라진 상태"라며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기간망을 개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측이 이 규정에 따라 향후 MVNO를 통해 현재 SK텔레콤이 독점적으로사용하고 있는 800㎒ 대역이나 SK텔레콤과 KTF의 3세대(G) HSDPA(고속데이터패킷접속)용 2.1㎓ 대역 주파수 대역의 상호접속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소프트웨어(SW) 저작권 보호 강화

미국은 이번 IT분야 협상에서 SW분야 저작권 보호에 주력,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Window)를 비롯, 미국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SW분야에서의 이익을 IT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한국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은 그동안 싱가포르, 칠레 등과 FTA를 맺을 때 저작권분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한국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글, 사진, 음악 등 콘텐츠를 퍼나르는 것에 대해서 강력히 불만을 제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앞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일시적 복제와 저작물에 대한 보호조치를 없애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인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특정 저작물을 PC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램(RAM)이나 서버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로 인정된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어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현재 적법하게 이용되고 있는 영상 및 음악 등의 스트리밍(Streaming)이나 P2P 서비스도 자칫 저작권 위반 사례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 합의내용에 대한 양국 정부의 해석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자 사후 저작권 보호기간도 기존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화나 음악 등 디지털콘텐츠는 물론 미술작품 등 오프라인 콘텐츠에 대한 미국측의 저작권 공세도 상당히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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