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1층에는 벤틀리 판매소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최상류층이 자주 찾는 만다린 쇼핑센터 외벽에는 노키아의 자회사가 ‘VERTU’라는 이름의 휴대전화 옥외 광고를 내걸었다.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VERTU 종업원은 “외부 디자인을 가죽으로 바꾼 8000달러(약 740만 원)짜리 휴대전화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품목이고 다이아몬드가 내장된 4만 달러짜리도 이따금 찾는 고객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 달에 어느 정도 팔리느냐’고 묻자 이 직원은 “영업 비밀”이라고 대답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산업도시 도네츠크와 드네프로페트롭스크 시에도 이런 명품 판매소가 문을 열었다.
키예프 지역 언론에 따르면 1992년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사유화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흥 부유층이 명품 소비자로 떠올랐다. 8만여 개의 국영 기업을 인수한 사업자들이 떼돈을 벌어 민간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현지에서 ‘노비예 우크라인치(신흥 우크라이나인)’로 불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교통이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키예프 교외에다 별장을 짓고 드네프르 강에서 요트를 타는 부자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다. 한국관광공사 모스크바 지사는 지난달 28일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관광전시회에 처음으로 참가하고 부유층 선점에 나섰다. 이 회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부유층 가족에 대한 의료관광, 민영회사 간부 세미나 관광 등 소득 상위층에 맞춰져 있다.
관광공사 박병직 모스크바 지사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광객은 해외 씀씀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통계에 잡히는 우크라이나 1인당 연간 소득은 1만 흐리브니아(약 186만 원)를 조금 넘지만 신흥 부유층의 호화 해외 관광 수요는 폭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가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을 늘리고 있는 LG전자도 최상층 소비자 10%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 류태헌 키예프 지사장(상무)은 “지금까지 중상층을 공략해 수출 물량이 연간 50%씩 늘었다”며 “앞으로는 최상층 소비자를 놓고 일본 제품과 마케팅 전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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