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중장기적 호재… 당장은 ‘실적’ 더 중요”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2일 낮 12시 52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99포인트 뛰어오르며 장중 최고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곧 증시 주변에선 업종별 영향 등 FTA 타결에 따른 득실 계산에 들어갔고, 주가도 상승 폭이 다소 좁혀지면서 전날보다 6.98포인트(0.48%) 오른 1459.53에 거래를 마쳤다.》

○ “과거 어떤 FTA보다 효과 클 것”

증시 전문가는 대체로 한미 FTA 체결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과거 칠레, 싱가포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하고 6개월 뒤 평균 6.64% 오르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특히 한미 FTA 타결은 과거 어떤 FTA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시장은 한국의 수출과 수입에서 약 1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 증시(MSCI지수 기준)는 최근 13년 동안 시장 평균보다 각각 138%포인트, 267%포인트 더 올랐다.

다만 증권사들은 관세 철폐가 각 3년, 5년, 10년 등으로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진행되는 만큼 당장 증시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교역 규모 늘어나 수출 업종 수혜”

대우증권은 한미 FTA 체결이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시가총액 비중으로 환산한 결과 △중립 68.4% △긍정 23.8% △부정 7.8%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위원은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780억 달러에서 3∼5년 이내 15∼28%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00년 3.3%에서 지난해 2.5%까지 떨어지는 등 갈수록 좁아지는 입지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위원도 “FTA가 체결되면 미국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국내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산업에서 수출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긍정적이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한미 FTA 체결은 관세 철폐뿐 아니라 주식시장이 선호하는 규제 완화와 개방 등의 신호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호재”라며 “다만 멕시코와 호주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뒤 대미(對美) 적자가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 생산 일본차에 내수시장 잠식 우려도

이날 증시에선 그동안 한미 FTA의 수혜 업종으로 거론돼 온 운수장비(2.66%), 기계(4.93%), 섬유(1.02%) 업종이 주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오리지널 약’의 지식소유권 보호기간이 길어져 국내 제약업체의 피해가 예상되는 제약업종(―0.95%), 화학(―0.04) 등은 약세를 보였다.

이날 기아자동차(5.51%) 현대자동차(3.33%) 등 자동차 업종은 물론 현대오토넷(12.77%) 등 자동차부품주가 급등했지만 장기 전망은 크게 엇갈렸다.

한국증권은 “미국 자동차 관세(2.5%)가 2008년부터 철폐되면 기아차와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2%, 5.4%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한국의 수입관세 8%가 없어져 미국 업체는 물론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 등에 내수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빗장을 걸어 놓았던 방송 통신 등 서비스 업종에선 외국인의 인수합병(M&A)은 물론 국내 기업 간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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