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시론/성극제]잃어버린 성장동력 이젠 되찾자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한국 경제가 지난 10여 년간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성장 동력을 되찾으려면 투자를 확대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해야 한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적극적인 대외개방이다.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의 판매시장을 확보하고, 경쟁의 강화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EU 日中과도 FTA체결 추진

일부에서는 왜 굳이 외국과의 경쟁을 통해서만 성장 동력을 찾으려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만약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었으면 벌써 찾았을 것이다. 스스로의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 한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 문제이다. 한국은 대외교역을 통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고, 또 전 세계가 서로 개방하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 보나 적극적인 시장개방이란 불가피하고도 현명한 선택이다.

우리 시장은 가능한 한 닫아 두고 기술력은 낮더라도 그저 열심히 일하여 물건만 만들어 내면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밑에서는 중국이 턱밑까지 따라왔고 위에서는 선진국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효율성을 높여 자꾸 달아난다. 과거 개발연대식 발상으로는 이제 성장이 불가능하다. 남과 동등하게 경쟁하고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 제품이 싼값으로 수입된다. 대신 우리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점이 있다. 기왕에 품질 좋은 외국 제품을 싼값에 사려면 굳이 미국 제품만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독일이든 브라질이든 외국 제품을 살 때 가장 좋은 제품을 싸게 사면 소비자에게 좋고, 또 중간재를 수입하는 기업의 경쟁력도 높여 준다.

수출도 그렇다. 기왕에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미국 시장뿐만이 아니라 유럽, 남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서 모두 갖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미 FTA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남미, 아세안 등 전 세계 국가와 FTA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경제규모나 중요도로 볼 때 EU, 일본, 중국의 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자 EU는 한국에 FTA 협상을 제의해 올해부터 시작한다. 경제 규모가 세계 2위인 일본과는 FTA 협상이 많이 진전돼 농산물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아세안과는 상품분야에 관해 협상이 완료됐다. 그리고 중국과 남미 국가가 한국과의 FTA 체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의 주요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고 자연스레 동북아, 나아가 세계 교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세계교역 중심지 발돋움할 기회

경제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더는 값싼 모방 제품을 만들어 선진국의 묵인하에 수출만 늘려 경제성장을 이룩한 방식이 불가능하다.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 한국이 이제는 그런 방식의 경제운용에 머무를 수 없다.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도 열고 남도 열고 전 세계와 어깨를 같이하고 경쟁해야 한다. 동북아의 소국으로 남아 있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를 거꾸로 보면 전 세계를 향한 관문으로 보이지 않던가. 안으로만이 아니라 밖으로 보고 세계를 상대로 크게 활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에서 치이고 위에서 눌려 더는 성장할 수 없다. 이런 시점에 한미 FTA가 체결돼 주요 경제권과 모두 FTA를 체결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기회가 찾아왔다. 기회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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