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농업 최후통첩 던지자 美협상관 붉으락푸르락

  • 입력 2007년 4월 3일 03시 01분


60시간 동안 이어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막판 ‘연장 협상’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밤샘 협상을 벌인 협상단 관계자는 “막바지 협상은 체력전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 D-51시간. 한국, 농업 최후통첩

3월 31일 오전 7시 반 협상 연장이 공식 발표된 뒤 ‘협상 결렬 1순위’로 꼽혔던 농업 협상이 이날 오전 10시 가장 먼저 열렸다. 하지만 한국의 최후통첩에 가까웠다.

한국 측은 미국이 탐내는 쇠고기 시장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는 등의 관세 폐지안을 던져 놓고 곧장 협상장을 나섰다. 10분 만에 끝났다.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 수석협상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농업 분야는 미국의 연락을 기다리며 ‘긴 휴식’에 들어가 1일 오전 9시경 23시간 만에 회의가 재개됐다.

○ D-14시간 30분. 미국대사 협상장 급파

1일 오후 5시 35분경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 측 농업 협상의 전권을 쥔 크라우더 USTR 수석협상관이 출국하기 위해 협상장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가 버린 것.

협상장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한국이 농업을 대폭 양보했거나, 너무 강경하게 나가 농업 분야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9시 반에는 청와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소집돼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에게 협상 지침이 전달됐다.

미국 측 움직임도 빨라졌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1일 오후 10시 반경 협상장에 들어서 미국 본국의 협상 지침을 전달했다.

○ D-15분. 김 본부장, 청와대 OK 받고 복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던 협상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은 1일 오후 11시 15분경 김현종 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가 협상장에 돌아오면서부터. 양국 협상단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잦아졌고 조금 뒤에는 일부 마무리된 협상 결과를 정리하는 문서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협상시한인 2일 오전 1시가 되어도 협상 결과는 좀처럼 발표되지 않았다. 이후 김현종 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가 금융 섬유 농업 등 막판 쟁점에 대해 최종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다시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가 쇠고기 검역 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국 측 요구에 이해를 표시했다”고 전하면서 협상장에는 타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어 김현종 본부장이 오전 11시 반경 최종 타결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협상장을 황급히 떠났다.

김 본부장이 1시간여 뒤 협상장에 돌아오면서 마침내 역사적인 한미 FTA의 타결 소식이 흘러나왔다. 곧이어 한국 정부와 USTR가 이를 공식 확인하면서 길고 긴 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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