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한미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앞당기거나 그동안 가격 경쟁력이 낮아 수출 비중을 줄였던 품목의 대미(對美) 수출을 다시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한미 FTA 협상 타결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조직 정비와 전략적 제휴 확대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높이려는 자동차업계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초부터 전략기획파트와 자동차연구소를 중심으로 ‘한미 FTA 시대’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 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관세(2.5%)가 없어지면 2% 정도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지만 전체 자동차 가격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즉각적인 가격 인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가격 인하 부분을 수익성 개선과 마케팅에 투자해 5%에 불과한 미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한국의 자동차 관세 8%가 폐지됨에 따라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한국으로 역수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도 수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 노사협약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해외 현지 공장에서 수입할 수 없고 해외 공장에서만 생산하는 모델은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발을 계획 중인 모델에 대한 글로벌 생산계획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체어맨보다 큰 3600cc급 이상 ‘W200’(프로젝트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미 수출 늘리기에 나서는 섬유업계
중국의 저가(低價) 공세에 밀려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던 국내 섬유업체들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향후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을 다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에서 브랜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단순히 관세 철폐로 얻게 되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미국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자업체들은 고급 가전 생산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TV나 생활가전은 멕시코 등 미국과 FTA 협상이 타결된 무관세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체결로 관세 부담이 사라지면서 한국에서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TV 등을 생산해 미국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한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축소에 나선 제약업계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주력 품목인 복제 의약품 생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3일 오전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3일 오전 연구개발(R&D) 부문 간부 등이 참가하는 임원급 대책회의를 열고 신약(新藥) 개발 등 R&D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워 나가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신약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형 제약회사와 전략적 제휴나 다른 제약사 인수합병 등도 물밑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외제약은 7월 1일자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제약 사업의 책임 경영을 강화함으로써 한미 FTA의 여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