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조간 신문 대부분이 1면에 이 소식을 보도하고 해설기사를 따로 싣는 등 지면을 크게 할애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은 일본 차례’라는 사설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FTA 타결, 한일도 하면 된다’는 제목의 사설을 각각 싣고 일본 정부가 한미 FTA 합의를 교훈으로 삼아 한국, 미국과의 FTA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간 일본은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국내 업계에 발목이 잡혀 미국과의 FTA 협상에 관한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로 ‘발등의 불’이 됐다는 인식이 일본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 철폐 등 우대조치를 받은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순식간에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의 자동차, 가전제품을 밀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에 밀리게 되면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도약 중인 국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이어졌다.
우라타 슈지로(浦田秀次郞·국제경제학) 와세다(早稻田)대 대학원 교수는 나아가 “한국이 여세를 몰아 유럽연합(EU)과도 FTA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자유무역 협상의 흐름에서 더욱 처지는 상황을 걱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에 합의된 한미 FTA에서 쌀이 제외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미일 FTA 교섭에서 농가 반발로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온 차(茶) 관련 협상에 좋은 선례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미국, 중국 다음으로 일본의 큰 교역 대상인 한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자 사설에서 한국이 농업 대국인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 이상 일본도 한국이나 미국과 최소한 경제연대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한일 양국의 중단된 FTA 협상에 대해 “언제라도 교섭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조속한 재개를 희망했다.
한일 FTA 협상은 2004년 11월 6차 협상 이후 중단된 상태. 당시 한국의 대일(對日) 농산물 시장개방 요구에 일본 측의 반대가 심했고,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일본의 공산품 수입관세 철폐에 반발한 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둘러싼 외교 갈등까지 겹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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