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수 900만 명으로 미 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회의(AFL-CIO)의 시어 리 정책국장은 2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합의내용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민주당과 연계해 비준 반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3월 한달 동안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존 에드워즈 등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이 건설, 통신, 금융 등 분과별 대의원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지지를 호소할 정도로 민주당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리 국장은 "지난 주 펠로시 하원의장,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 샌더 레빈 세입위 무역소위원장이 공동으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서한에 민주당의 기류가 압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산업의 타격을 우려했다. 1994년 미국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가 멕시코로 공장을 옮겨가는 바람에 일자리가 줄었던 일을 거론했다. 그는 그러나 "일자리 감소를 걱정한다면 한미 FTA로 없어질 수 있는 자동차 기업의 일자리 개수 추산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숫자로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리 국장은 민주당 지도부가 3월 말 부시 대통령에게 페루 등 남미 3국과 체결한 FTA에서 노동 및 환경조항 강화를 요청해 놓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의 요구가 3국 FTA 최종합의내용에 반영된다면, 한미 FTA에도 같은 결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협상은 없다"는 한미 양국정부의 설명과 달리 타결된 합의안을 다소라도 고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의 비상임 연구원을 겸직하고 있는 브렌다이스대 경제학과 채드 바운 교수(무역이론)는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민주당과 노동단체의 압박이나,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보낸 편지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스턴에 체류 중인 그는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양국 교역규모가 700억 달러로 매우 작기 때문에 한미 FTA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해 민주당의 반대에 너무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불만표시는 '앞으로 예상되는 일본 등과의 FTA 협상 때 제대로 하라'는 뜻으로 봐야한다고 풀이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이 비준에 반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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