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현재 수도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임대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도 이 같은 허점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 임대 기간에도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 대상서 제외
5일 건설교통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된 전용면적 25.7평 초과 민간 중대형 임대아파트 당첨자는 입주 이후 별도의 집을 매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임대주택은 분양 단계부터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도 청약할 수 있는 데다 당첨 이후에도 기존 주택을 팔 의무가 없다. 무주택자에게 돌아가야 할 임대아파트가 다주택자에게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셈이다.
반면 대한주택공사 등이 짓는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더욱이 거주 기간에도 주공이 매년 주택 소유 여부를 전산 조회해 별도의 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6개월 안에 해당 주택을 팔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퇴거 조치를 당한다.
민간 중대형 임대아파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으며, 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41, 42평형 397채, 올해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에서 42∼52평형 759채가 공급됐다.
이들 주택은 10년 임대 후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기간에도 사실상 자기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 건교부 “제재 방법 없다… 제도보완 검토”
민간 중대형 임대아파트는 세제(稅制)도 허술하다.
임대아파트 거주자가 다른 집을 사면 1가구 1주택자로 분류된다. 임대아파트는 보유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3년 이상만 갖고 있다 팔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임대기간이 10년임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는 1채당 3년씩 3채까지도 순차로 사들여 세금 부담 없이 팔 수 있는 셈이다.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도 ‘보유기간 특례’가 적용돼 10년 뒤 소유권을 넘겨받으면 곧바로 팔아도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일반 주택은 2채를 보유하면 50% 단일세율로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유주택자라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청약 단계부터 일반 민영분양주택과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제재)방법이 없다”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공 임대주택과 민간 중대형 임대주택의 차이 | ||
공공임대주택 | 구분 | 민간 중대형 임대주택 |
25.7평 이하 | 전용면적 | 25.7평 초과 |
청약저축 가입자 | 청약통장 | 청약예금 가입자 |
무주택자 | 청약 조건 | 주택 소유 여부와 무관 |
전액 또는 25% 감면 | 사업자의 취득·등록세 | 25% 감면 |
5, 10년 | 임대 기간 | 10년 |
계약 갱신 없음 | 임대계약 갱신 | 2년마다 재계약(대부분 자동 갱신) |
임대주택법에 따라 산정 | 월 임대료 | 사업자가 임의 결정 |
분양 전환 때 감정가 | 분양 전환 가격 | 감정가 또는 사전에 정한 가격 |
6개월 내 처분하지 않으면 임대주택에서 퇴거 | 임대기간 중 별도주택 소유 | 상관 없음 |
자료: 건설교통부, 대한주택공사 |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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