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어 배우러 호텔 간다”

  • 입력 2007년 4월 6일 02시 50분


“어! 여기 호텔 맞아?”

대기업 임원인 김모(47) 씨는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거래처 사람과 만날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빨리 도착했던 김 씨는 우연히 레스토랑 직원에게서 호텔 내에 한의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날 등산을 하다 발목을 다쳤던 그는 곧바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은 다음 거래처 사람을 만났다.

“너무 바빠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냈는데, 호텔에 한의원이 있어 너무 편리했습니다. 호텔에서 치료를 받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서울 시내 유명 호텔에 ‘특이한’ 편의시설이 잇달아 들어서고 있다. 병원, 프라이빗뱅킹(PB)센터, 평생교육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호텔이 단순히 잠자고 밥 먹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인 셈.

장우종 신라호텔 홍보팀장은 “고객의 요구와 편의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시설을 적극 유치하는 것이 최근 호텔업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임(약속)도 보고 뽕(치료)도 따고’

이 호텔은 지난해 6월부터 단계적으로 5층과 6층에 치과, 피부과, 한의원을 설치했다. 고운세상피부과, 예치과, 자생한방병원 등 유명 클리닉 체인을 유치한 것.

신라호텔은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로 설치하면 좋을 편의시설을 조사한 결과 ‘병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많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신라호텔 특성상 약속 시간 전후로 짬을 내 병원을 찾으려는 고객이 의외로 많았던 것.

현재 이들 병원은 회의나 식사 등을 위해 찾는 고객이나 투숙객들에게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 호텔에 오시면 자산관리도 해 드려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는 하나은행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1층 ‘하나은행PB센터’에서 호텔을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펀드, 예금, 부동산, 세무 상담 등 각종 자산관리서비스를 해 준다.

신라호텔에도 5층에 PB센터인 ‘삼성fn아너스 호텔신라점’이 있다. 삼성증권이 운영하는 이 센터는 예약을 하면 PB에게서 각종 재테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錦)’, ‘비(秘)’, ‘다(茶)’, ‘서(書)’ 등 품격 있는 PB 서비스를 상징하는 네 가지 이름의 상담실과 개인대여금고실 등을 갖추고 있다. 베테랑 상담사 4명 등 모두 8명의 삼성증권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 호텔에서 교육도

메이필드호텔은 이달 2일 각종 교양 강좌가 개설된 평생교육원을 열었다. 호텔리어 과정과 조리 과정 등 전문 과정에서부터 와인 아카데미, 생활 외국어 과정 등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호텔 측은 “외국어와 조리 등 호텔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칼튼호텔도 고객들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와 ‘테이블 세팅’ 강의를 하고 있다. 5명 이상이 전화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다. 강의료는 1인당 5만 원.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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