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한국 방문에 앞서 열린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양국 간 역사 문제, 경제협력 문제, 한류 등 문화교류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중국 최고지도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의 접견실 쯔광거(紫光閣)에서 오후 3시 반부터 30분간 이뤄졌다.
중국 CCTV는 매일 오후 7시 전국에 방송되는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4번째 기사로 보도했고 신화통신은 이날 밤 기자회견 전문을 신화왕(新華網)에 실었다.
원 총리는 “이번 방문은 오랫동안 기대해 왔던 것으로 우의와 협력의 마음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한국 국민에게 중국 인민의 축원과 따뜻한 인사를 전해 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6자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통일에 중국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한반도는 정전(停戰)된 지 이미 반세기가 넘었지만 아직까지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형식의 냉전을 해소해 남북한 인민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관련국이 6자회담을 진행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을 가동하고 점진적인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의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를 바란다. 한반도 문제는 최종적으로 남북 양측에 의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남북이 접촉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하며 교류를 긴밀히 해 관계를 개선한 기초 위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최종적인 자주평화 통일을 실현하길 희망한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서 적극적인 촉진작용을 할 것이다.”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역사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수천 년의 우호 왕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양자관계를 발전시키는 유리한 조건이다. 중한 간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양국이 평화롭게 지내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정치적 기초다. 민족 국경의 변천사에 관한 연구는 학술과 정치를 구분하고, 역사와 정치를 구분하는 원칙에 입각하여 올바르게 대하고 적절하게 처리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중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중한 수교 15년 이래 경제통상 관계는 빠른 발전을 이룩했다. 지난해 양국 교역은 1300억 달러를 돌파하여 수교 때보다 26배 늘었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 수는 3만 개, 누적 투자액은 350억 달러(한국 통계 170억 달러·중국 통계는 현지 재투자 포함 수치)를 초과했다. 양국 국민의 왕래는 매년 500만 명을 넘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2005년 방한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 때 2012년까지 양국 무역액을 2000억 달러로 늘리자고 목표를 제시했다. 또 중한 경제통상협력 중장기 공동연구 보고서를 발표하여 무역투자 편의를 위한 5개 항 보장 조치와 12개의 중점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 경제가 전(全) 지구화로 가는 상황에서 양국 경제통상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구조를 조정하고, 협력 영역을 확대하고 질을 높이며 공동으로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협력 확대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 환경보호, 금융, 정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질을 높인다는 것은 쌍무무역의 촉진과 균형 있는 발전으로 각자의 우세를 충분히 발휘하고 경제협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아세안 정상회의 등 쌍무 또는 다자간 협상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 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중한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산관학(産官學) 공동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를 가속화해 조속한 시일 내에 성과를 내 양국의 FTA 체결이 촉진되길 바란다.”
―최근 중국의 한국 드라마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 한류가 식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양국의 문화교류 확대를 위한 계획은….
“중한 양국은 유구한 왕래와 문화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양국 국민이 서로 마음이 통하고 상호 이해와 친선을 증진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중국인, 특히 젊은이들은 한류를 매우 좋아한다. 중국 정부는 한류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며, 되레 장려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올해는 중한 수교 15주년이고 ‘중한 교류의 해’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47개의 중점 행사를 확정했다. 그 가운데 문화교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한 기간에 한국의 지도자와 함께 중한 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다. 이를 계기로 중한 간에 여러 형식의 문화교류가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최근 외자 기업에 주는 혜택이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장도 경직되고 있다.
“개혁 개방 이래 줄곧 외자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를 보호하는 일련의 법규를 제정해 완비해 왔다. 중국 경제는 최근 구조조정의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산업의 표준화를 통해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최근 국내 기업과 외자 기업의 소득세를 단일화했다. 이는 국내 및 외자 기업에 공평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첨단기술 기업이나 이윤이 적은 소기업, 서부지역 기업은 우대 정책을 계속한다. 이미 계약을 한 외자 기업도 5년간 유예 기간을 두었다. 따라서 새 정책은 외자 기업의 중국 내 경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질이 높고 풍부한 노동력 자원을 갖고 있다. 질과 양, 원가에서 어느 나라도 중국의 노동력 우세와 비교할 수 없다. 우리가 중국에 온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듯 중국에 진출한 외자 기업도 중국 근로자의 합리적인 이익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원 총리는 이날 미리 준비된 답변서를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뒤에 배포된 기자회견문과 실제 기자회견 내용은 여러 곳에서 차이가 있었다. 원 총리의 답변 중 원 총리의 기억이 잘못된 부분은 사후 수정을 거쳤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원자바오 中총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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