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FTA에 한 발 더 다가서려는 원자바오 총리

  • 입력 2007년 4월 6일 23시 04분


내주 방한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그제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를 가속화해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미 FTA 타결을 통해 이미 개방 의사를 내외에 천명한 우리로서 그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면에서도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야 할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원 총리의 발언에는 동아시아의 주도권 경쟁 속에서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고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읽히지만 FTA는 단순히 경제적 실리만을 따지는 일원적 협상이 아니다. 양국 간에 총체적 신뢰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 총리가 “민족 국경의 변천사에 관한 연구는 학술과 정치를 구분하고, 역사와 정치를 구분하는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둘러싼 갈등 해소 의사를 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촉진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한중 FTA는 가뜩이나 공동화(空洞化) 위기에 빠진 우리의 산업기반을 붕괴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중국은 아직까지도 실용주의자와 패권주의자, 경제적 파트너이자 북한의 후견인이라는 ‘두 개의 얼굴’로 다가온다. 한반도의 장래를 논의하는 미중(美中) 안보대화에서도 미국의 대(對)중국 의존이 갈수록 심화되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그런 만큼 한중 FTA 추진은 다각적인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역사 분쟁만 해도 원 총리의 말을 선뜻 믿기에는 동기와 경위가 석연치 않다. 2004년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하고 관영 신화통신이 나서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하면서 역사 분쟁이 시작되지 않았는가. 이후 양국 정부는 ‘역사를 정치문제화하지 않는다’는 구두 양해각서까지 교환했지만 동북3성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아직도 유사한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2004년 한일 FTA 협상이 결렬된 것도 한국 경제가 일본의 하청구조로 편입될지 모른다는 의구심 외에도 일본 지도자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한 불신감이 주된 요인이었다. 원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의 불신의 싹이 제거돼 FTA를 향해 한걸음 다가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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