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2>포스코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안되면 되게 하라, 그래도 못하면… ▶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는 제1회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이 열렸다. 청암은 ‘한국 철강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아호(雅號)다. 시상식이 끝난 뒤 지난해 12월 1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 과정에서 구면(舊面)이 된 박 명예회장에게 다가가 “행사가 참 멋지게 끝났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수롭지 않은 듯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포스코가 하는 것 치고 시시한 게 있어? 포스코가 하면 다르잖아.” 포스코 임직원들을 만나 보면 다른 기업과는 또 다른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다. 이 회사는 월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놀랄 정도로 많지는 않다. 업무강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산업의 쌀’이라는 철을 생산하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이 엿보인다. 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포항제철 신화’도 자부심의 한 원천이다.》

■ 포스코 그들만의 DNA…철철 넘치는 자부심, 포스코가 하면 다르다

〈1〉실패는 없다… ‘우향우 정신’을 아시나요

‘우르르 꽝.’

포스코 사람들은 1977년 8월 2일의 ‘폭파사건’을 잊지 못한다. 당시 ‘건국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포항제철소 3기 설비공사가 한창일 무렵이었다.

핵심설비 중 하나인 발전 송풍 설비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당시 박태준 포철 사장은 그 자리에서 공정(工程)이 80%나 진행된 설비를 다이너마이트로 날려버릴 것을 지시했다. ‘조상들의 피의 대가’인 대일(對日)청구권자금으로 짓는 국가적 사업에 한 치의 오차도 인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결정이었다.

당시 설비기술본부장을 맡았던 백덕현 전 부사장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산산이 부서진 잔해를 보면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충격을 받았어요. 예산과 공정을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거든요. 이 폭파사건 이후 포철 사람에게 ‘얼렁뚱땅’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어요.”

포스코에서 자주 듣는 ‘우향우 정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향우 정신이란 ‘안 되면 될 때까지 노력하되 그래도 못하면 일제히 오른쪽으로 돌아서 영일만에 빠져 죽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파이넥스연구개발추진반 이후근 추진반장은 “일에 대한 빈틈없는 자세는 창업 당시 선배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의 가슴속에 면면히 흘러오는 포스코의 DNA”라고 말했다.

〈2〉목표-위기의식 공유… 민영화로 제2 신화 창조

포스코 DNA는 ‘제2의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기업 민영화로 이어졌다.

2000년 10월 완료된 포스코 민영화는 국내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평가받는다. 포스코는 민영화에 이어 2002년 3월 회사 이름을 포항제철에서 현재의 포스코로 변경해 ‘포항제철 신화’에 이은 ‘포스코 신화’에 도전하고 있다.

한 공기업의 임원은 “보통 공기업들은 일을 안 해도 되는, 오히려 일을 벌이면 튄다는 지적을 받는 구태가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포스코는 최고경영자(CEO)에서 갓 들어온 신입사원까지 뭔가 하려는 에너지가 충만한 역동적 조직이란 느낌이 강하다”고 털어놨다.

포스코 안에서는 과거 ‘포항제철’의 조직문화가 ‘리더가 주도하는 일사불란함’이었다면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모든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며 일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말이 들린다.

포스코 변신의 성공비결을 목표와 위기의식의 공유에서 찾기도 한다. 건전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에너지를 단일한 목표에 몰입하는 방식으로 넘어섰다는 것.

민영화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국내 열연강판 공급의 90%를 차지하는 포스코에 도전이었다. ‘철을 파는 게 아니라 배급해 온’ 포스코가 더는 내수시장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는 공급자 마인드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99년 도입한 프로세스 혁신(PI)과 2002년 도입한 식스시그마,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포스코형 식스시그마(QSS) 등 일련의 변신 노력은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포스코의 PI는 주문, 생산, 판매, 영업 등 제각각의 업무를 정보기술(IT)로 통합한 전산화 작업통합화로 IT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조업과 접목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100여 개 업체가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식스시그마와 QSS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QSS는 영업지원부서에서부터 현장 생산직에 이르는 전 사원이 회사가 설정한 목표에 따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생각하는 집단’으로 만들었다.

최근 광양제철소 견학을 다녀온 대기업의 한 임원은 “현장 직원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며 “‘2008년까지 자동차 전용 강판 공장으로서 일본을 추월하겠다’는 회사 목표가 그들에게는 마치 신앙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3〉‘인재 제일’ ‘명품 복지’ 포스코공화국

일각에서는 포스코인들의 일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의 비결을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창업 이념에서 찾는다. 회사는 직원들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후생’을 책임지고 직원들은 ‘높은 충성심’으로 화답한다는 것.

실제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각각 169만 평과 92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조성해 미혼과 신혼부부 직원에게 1700여 채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

주택단지 안에는 유치원 및 초중고 12개 학교와 각종 문화시설이 갖춰져 있다.

포스코의 ‘사람에 대한 투자’는 이 회사 평균 근속 연수가 19년으로 국내 대기업 중 단연 선두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엄정한 실력 위주의 인사원칙도 조직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이끌어냈다. 박 명예회장이 창업 초기에 고위층 인사로부터 받은 인사 청탁 쪽지를 사원들 앞에서 찢어버린 일화는 지금도 회사 안에서 자주 회자된다.

양병호 인력자원실 팀리더(부장급)는 “포스코에는 고졸 생산직과 대졸 업무직 사원 간에 차별이 없다. 단일호봉제로 돼 있으며 고졸 생산직도 실력만 갖추면 공장장과 부장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포스코의 장점으로 ‘CEO 내부발탁 승진 전통’을 꼽기도 한다. 오너가 없지만 직장 내 파벌이 거의 없고 조직도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 공기업 문화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고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포스코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철강 이외에도 제2, 제3의 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면서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진척 속도가 더딘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우수 기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재원, 인력 등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만든 국가기업임을 감안하면 선뜻 100점을 주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20년째 포스코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인은 “포스코가 특히 민영화 이후 과거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해 왔지만 여전히 고압적인 공무원의 냄새를 느낄 때도 적지 않다”며 “좀 더 겸손한 자세로 거래처를 비롯한 고객과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직업 안정성-연봉 톱 클래스…평균 19년 근무 ‘근속 킹’

포스코 임직원의 연차별 평균 연봉
연봉(원)
1년차3200만
5년차4300만∼4800만
10년차5300만∼5800만
15년차6300만∼6800만
20년차7500만∼8000만
임원1억2000만∼수 억
기본급과 성과급 포함한 세전 연봉. 포스코 임직원 인터뷰를 근거로 산출한 것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는 A(27) 씨는 지난해 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초우량기업인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모두 합격했기 때문이다.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포스코에서 보낸 꽃다발이 도착했다. 어버이날에 맞춰 ‘아들을 잘 키워 줘서 고맙다’는 이구택 회장의 편지도 함께 왔다. 감동한 부모는 아들을 설득했고 결국 A 씨는 포스코를 선택했다.

○ 제2의 ‘이구택 신화’를 꿈꾸며

포스코의 평균 근속 연수는 19년으로 국내 기업 중 1위이다. 연봉도 제조업 가운데 상위권이다.

신입사원 연봉이 세전(稅前) 기준으로 3200만 원(기본급과 성과급 포함) 안팎이고 △5년차가 4300만∼4800만 원 △10년차가 5300만∼5800만 원으로 5년마다 1000만 원가량이 뛴다.

근속연수가 말해 주는 포스코의 직업 안정성은 취업생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혔다.

실제로 이번 취재를 위해 본보 인턴기자를 거친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내 대학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1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27명이 ‘포스코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로 ‘직업 안정성’을 꼽았다.

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 유진 씨는 “포스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철강회사인 데다 공기업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어 안정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구택 신화’는 직업 안정성과 높은 임금 못지않게 취업생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포스코 공채 1기 출신으로 2003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의 80%는 장래 포부로 CEO를 적어낸다”고 귀띔했다.

○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 터프한 군대식 문화 여전

장점이 많은 만큼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일단 뽑는 인원이 기업 덩치에 비해 적다. 지난 6년간 대졸 공채 신입사원은 865명에 그쳤다. 연간 20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포스코가 연평균 144명을 고용한 셈이다. 기존 직원들이 좀처럼 퇴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스코 직원만의 리그’ ‘철밥통’이란 비판도 받는다.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가 ‘기본’이고 작년 신입사원 평균 토익 점수는 879점이었다.

포스코 임원은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 많은 편이다. 이 회사 임원 47명 가운데 서울대(12명) 고려대(7명) 연세대(2명) 등 세칭 ‘SKY’ 출신이 절반에 가깝다.

공기업 시절부터 지속돼 온 인사 적체 현상이 2000년대 들어 다소 개선됐지만 과장과 부장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이 각각 10년, 20년으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긴 편이다.

철강업종의 특성 등으로 포스코의 조직 문화는 상명하복이 상당히 강하다. ‘터프하다’는 말도 나온다. 지방 근무가 많고 조직 문화도 거칠어 여직원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지만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여직원 비율은 12% 수준으로 다른 대기업보다는 낮은 편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우향우! 영일만에 빠져 죽는다”

《“철강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9월 22일 포스코 신입사원들은 이구택 포스코 회장의 강연을 들을 때 손에서 땀이 났다. 이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포스코가 생산성과 기술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철강업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어 세계 철강업계의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현실을 소개하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철강업계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구조조정 태풍이 불고 있다.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철강업체들이 급속히 생산량을 늘리면서 나타난 공급 과잉 현상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세계 철강업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안정적인 기업으로 여겨지던 포스코의 미래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포스코 임직원들이 어떤 전략을 세워 대응하느냐가 앞으로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 앞으로 30년… 포스코의 미래는

철만으론 “글쎄요…” 새 용광로는 연료전지?

〈1〉M&A 위협 “세계 기업이 포스코를 노린다”

M&A로 덩치를 키워 온 세계 철강업계 1위 미탈이 지난해 6월 2위인 아르셀로마저 삼키면서 아르셀로미탈이라는 공룡 철강기업으로 거듭나자 세계 철강업계는 충격에 빠져 들었다. 이에 따라 주요 철강업체들은 모두 ‘먹히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포스코의 지분 구조도 안정적인 편은 아니다. 현재 외국인 지분이 60%에 이른다.

일부 증권 전문가도 포스코가 외국기업에 M&A될 가능성은 이제 가상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연구위원은 “현재 포스코의 지분 구조로 볼 때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주식을 맞교환하는 등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 같은 제휴는 두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상황이 더 급박해지면 중국과 일본의 다른 업체들과 연대해 ‘아시아 철강산업’을 지켜 낼 계획도 세워 놓았다.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포스코 주식 1주 더 갖기 캠페인’에 나섰다. 협력사 직원들의 동참도 늘고 있다.

〈2〉글로벌 전략 적극 추진… 세계를 향해 전진 또 전진

우호 지분 확보가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이라면 글로벌화는 수익성 강화와 지속적인 사업 성과로 기존 해외주주를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소를 착공할 때부터 포스코는 ‘좌절’과 ‘실패’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 버렸다. 그 결과 수직상승을 이뤘다.

창사 28년 만인 1998년 포스코는 철강생산량 세계 1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까지 3년간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외국 철강업체들이 덩치를 계속 키워 나가면서 현재는 4위로 밀려났다.

다른 중화학공업과 마찬가지로 철강업체는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중국 업체의 덩치 불리기 공세는 포스코의 위치를 뒤흔드는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포스코는 우선 ‘제강은 광산 근처에서, 압연(롤링)은 시장 근처에서’라는 실천 목표를 내걸었다. 이런 전략으로 원자재 확보와 생산원가 절감은 물론 판매 확대와 무역장벽 회피까지 기대하고 있다.

철광석이 풍부한 인도 오리사 지역에 연간생산 1200만 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오리사 일관제철소에는 120억 달러가 투자된다. 이를 통해 포스코의 국내외 전체 생산량을 4700만 t까지 늘릴 계획이다.

〈3〉기술만이 살 길이다

글로벌화와 함께 포스코의 미래를 책임지는 분야는 기술력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파이넥스 공법은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 기술을 뛰어넘는 차세대 용광로다.

철강업계는 이 공법의 상용화에 성공하면 지난 100여 년간 유지돼 온 용광로 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제철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대기오염 물질을 90%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시험용 파이넥스를 운영한 결과 설비투자비는 기존 용광로의 92%, 운영비는 8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완공 예정인 연산 150만 t 규모의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가 준공되면 인도제철소에도 적용할 계획이어서 세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또 제조공정을 줄일 첨단기술인 스트립캐스팅 공법도 도입해 시험라인을 지난해 6월 준공했다. 포스코는 철강생산량에선 세계 4위로 밀렸지만 기술력에서는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4〉포스코의 차세대 성장동력 ‘포스코파워’

‘제철보국’이라는 깃발을 치켜든 포스코지만 이제는 철강사업 하나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는 포스코파워, 포스코건설, 포스틸 등 모두 18개. 계열사의 사업 분야는 특수강 분야가 가장 많고 건설 발전 정보통신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사업은 수평적 나열이 아니라 철강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직 계열화가 핵심이다.

특히 발전설비와 미래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포스코파워는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에너지 확보와 환경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연료전지사업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북도 및 포항시와 연료전지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포스코파워는 2010년까지 2단계로 포항시 북구 신항만 일대에 연간 생산 100MW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의 투자액은 공장 건설 650억 원, 연구개발 1200억 원 등 모두 2250억 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 직장 밖 생활… 이 대리의 광양만 라이프, 자전거 출근 “여유만만”

6일 오전 5시 50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성부 이승재(29) 대리는 자명종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회사가 아니라 수영장에 가기 위해서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2개월 전부터 새벽 수영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요즘은 하루라도 거르면 몸이 근질거린다.

그의 출근 전 일정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오전 7시 10분 집으로 돌아와 30분간 회사에서 실시하는 사이버 일본어 강의를 들었다.

영어에는 자신이 있지만 제2외국어가 필수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절이라 언젠가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 오후 6시 반 퇴근… 회사 회식땐 가족까지 함께

그는 아침을 먹고 오전 8시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통근 수단은 자전거.

회사까지 연결된 7km 정도의 자전거도로 옆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은행나무 숲길도 나온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도 지날 수 있다.

서울이었다면 만원 전철에서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25분이 걸리는 출근길은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이날 퇴근은 평소처럼 오후 6시 반이었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자전거로 집에 돌아가면 7시. 딸(4)의 재롱도 보고 동화책도 읽어 주고 산책도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자녀 양육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 도시의 아빠들과는 딴판이다.

사회생활도 대도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반 기업에서는 때로는 반강제적으로 폭음을 해야 하는 회식문화도 있지만 여기서는 모두들 근처에 모여 살기 때문에 가족동반 회식이 일반화돼 있다.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와 여유로운 시간, 각박하지 않은 생활 때문에 가정도 화목해지는 거 같아요.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멀지 않은 경남 하동 10리 벚꽃길을 다녀오기도 했죠.”

2003년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기 27명 가운데 유일하게 포스코에 입사했다.

“나머지 26명 중 10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16명은 유명 대기업과 은행에 입사해 서울로 갔는데 처음에는 연봉이 1000만 원가량 많은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 광양만 생활 만족… 그러나 때로는 외로움도

4년 전 그의 첫해 연봉은 2800만 원 정도로 대기업 상위권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로 간 친구 10명 중 7명은 첫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옮겼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포스코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조금만 줄인다면 삶의 질에서 다른 직장과는 비교하기 힘든 것 같아요.”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유치원과 초중고교 12개를 짓고 최신 영화와 유명 뮤지컬 등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문화관도 마련해 교육과 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도시에 비해서는 교육 및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삶을 활기차게 하는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도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학교 시설과 교사진도 좋기 때문에 자녀들 진학에 큰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대도시보다 학원도 부족하고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약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의 또 다른 직원은 “현지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하지만 친구가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때로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포스코의 전체 대졸자 3500명 중 72%는 포항과 광양 등 지방에서 근무한다.

제목수직계열화를 위한 포스코 출자 회사 (18개사)
회사사업 목적
포항강판도금 및 도장강판 제조
포스코특수강특수강, 강관 제조
포스콘전기제어기기 정비 제작
포스렉축로 및 내화물 제조
포철산기정비용역, 설비 제작
포철기연정비용역, 설비 제작
포스코건설엔지니어링, 건설
포스에이씨설계, 종합감리, 건설사업 관리
포스틸철강판매, 무역
포스데이타정보통신 서비스
승광체육시설 설치 운영
포스코 경영연구소조사연구, 컨설팅업
포스텍기술투자신기술사업, 금융
포스코터미날대규모 물류기지(CTS) 영업
포스메이트주택 및 시설물 유지관리
삼정피앤에이알루미늄 제조 및 포장협력 작업
포스코파워발전사업
SNNC니켈제련사업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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