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금융감독 강화된다는데…‘유사보험’ 위기냐 기회냐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이른바 4대 공제(共濟)와 우체국보험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이들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4대 공제와 우체국보험은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일반 보험사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유사보험으로 불린다. 6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사보험의 지난해 말 기준 수입보험료는 총 14조1551억 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업계의 2005년 회계연도 기준 총수입보험료(61조4722억 원)의 23%에 이르는 규모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2010년경부터 유사보험업에 대한 금융 감독이 강화되면 유사보험사의 영업이 현행보다 어려워지고 보험료가 현재 수준보다 다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세금 감면 혜택으로 보험료 싸

4대 공제와 우체국보험은 원래 농어민이나 도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보험과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도록 한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총 33개의 유사보험이 영업 중인데, 이 가운데 4대 공제와 우체국보험은 개별 법률에 따라 일반인의 가입이 허용된다.

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유사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료가 싸다는 점이다.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사업방식 대신 전국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어서 사업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4대 공제는 주로 생명보험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신보험 건강보험 치명적질병(CI) 보험이 주류를 이루고 화재보험 생산물배상보험 등 손해보험 성격의 상품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우체국보험은 보험금 지급액 기준의 가입 한도가 1인당 40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 보장성 떨어진다?

유사보험은 감독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고, 보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지적은 대체로 유사보험 때문에 시장을 잠식당한 국내 민영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들이 제기해 왔다.

이번 한미 FTA에서 미국 측이 유사보험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구한 것도 미국 보험사가 유사보험 때문에 한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사보험의 감독권은 각 부처로 흩어져 있다. 농협공제는 농림부, 수협공제는 해양수산부, 신협공제는 금융감독위원회, 새마을공제는 행정자치부, 우체국보험은 정보통신부가 감독하는 것이다.

금융감독과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편인 정부 부처가 감독을 맡다 보니 4대 공제 등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도 제지하지 못한다는 게 민영보험업계 측 주장이다.

유사보험이 민영보험에 비해 보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사고가 나도 일반 민영보험사는 즉각적인 보상을 하는 데 비해 유사보험은 보험금 지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우체국보험은 가입금액에 제한이 있어 충분한 보상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농협공제 관계자는 “2005년 기준으로 민영보험은 보험 1만 건당 2.9건의 민원이 발생한 반면 농협공제는 1만 건당 0.021건의 민원만 있었다”며 “보상이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3년 뒤부터 ‘무한경쟁’ 체제로

한미 FTA 타결에 따라 유사보험에 대한 감독은 3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금감위가 4대 공제 등에 대한 지급여력비율을 감독하는 등 건전성을 강화하는 조치를 하는 것.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 유보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보험료 수준이 현재보다 다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부가사업비’가 많아져 지금처럼 가격경쟁력을 높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사보험업계가 중장기적으로 가격보다는 상품의 다양성을 높이고 보상 관련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보험개발원 안경철 연구위원은 “유사보험의 영업환경이 당장 바뀌는 건 아니지만 같은 업종에 대해 같은 기준의 감독체계가 도입되는 만큼 유사보험업계의 건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4대 공제상품 및 우체국보험 현황
구분농협공제수협공제신협공제새마을공제우체국보험
근거 법농업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신용협동조합법새마을금고법우체국 예금 보험에 관한 법
감독주체농림부해양수산부금융감독위원회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
상품 종류농협종신공제, 농협CI공제, 농협알토란저축공제차세대유니버셜적립공제, 다사랑상해공제, 프레쉬교통상해공제건강사랑공제, 더블라이프종신, 무지개한아름공제, 한사랑암공제상해공제, 신저축공제, 좋은이웃종신공제, 신원보증공제하이로정기보험, 에버리치복지보험, 우체국연금보험
가입 경로농협 지점수협 지점신협 지점새마을금고 지점지역 우체국
2006년 보험료 수입(원)7조2759억 3284억2279억8651억5조4578억
자료: 각 회사, 금융감독원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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