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심상찮은 ‘쇠고기 압박’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가 특위에 보고할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가 특위에 보고할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국의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가 미국 의회의 ‘FTA 반대 카드’로 떠오른 가운데 워싱턴 외교현장에서 미 의회의 강경 기류가 속속 감지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 정부의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사뭇 괴리를 보여 주목된다.

미국 의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5일 “상원 재무위 소속 의원 21명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협정이 재무위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뼛조각 파문을 떠올려 보면 미 의회의 FTA 부결 처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한국 정부가 5월 말 이후 쇠고기 수입재개 절차를 밟는다고 공표했지만 지난해 뼛조각 소동의 경험에 비춰볼 때 FTA 표결이 미 의회에서 진행될 8월까지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뜻이 된다.

한미 FTA 협상대표를 맡았던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이날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의회의 강경한 분위기를 거듭 전달했다. 그는 “협상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의회가 협정을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올 6월 말 양국 협상대표가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면 미 행정부는 7월 말∼8월에 이행법안을 의회로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 뒤에는 하원 세입위원회→전체회의→상원 재무위→전체회의 순서로 표결에 들어간다.

재무위는 축산업이 주 산업인 몬태나 주 출신으로 2008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맥스 보커스 의원이 위원장이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올 1월부터 일관되게 “수입재개 약속이 없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주미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그런 의회 분위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며 이 같은 기류를 확인했다. 그는 “한미 FAT가 미 의회에서 부결된다면 자동차보다 쇠고기가 주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희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은 전날 “미국은 쇠고기 개방과 FTA가 완전 별도라는 우리 뜻을 이해했기 때문에 FTA에서 쇠고기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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