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한미 재계회의를 대표할 한국위원장부터 선임해야 했지만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 기업인들과 사귀는 것은 좋았지만 영어로 회의를 주재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맡으려는 기업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진통 끝에 미국 유학파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2000년 2월 한미 재계회의 한국위원장을 맡게 됐다. 지난달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아직까지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한미 재계회의는 한국과 미국의 재계 지도급 인사 120여 명이 1년에 두 차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민간 차원에서 두 나라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한미 재계회의가 기업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FTA 타결로 새로운 시장 환경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FTA가 발효되면 양국 간 무역 장벽은 크게 낮아진다. 하지만 두 나라의 기업 환경까지 같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는 데 한미 재계회의가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철한 전경련 차장은 “우리나라 기업 환경의 특수성을 미국 기업인들에게 이해시키고, 미국 기업인들 눈에 불합리한 면을 우리 정부에 건의하는 창구 역할을 한미 재계회의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대는 두 나라 재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인들이 한미 재계회의에 많이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 현재 한국 측 위원장은 전경련 회장인 조 회장이며, 미국 측 위원장은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장이다.
이들 외에 한국 측에서는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현홍주 전 주미대사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밴 앤델 알티코 회장, 휴 스티븐 타임워너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회장 등이 멤버다.
앞으로 두 나라 사이의 비자면제 협정에서도 한미 재계회의가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02년부터 비자분과를 설치해 비자 면제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한미 재계회의는 2000년부터 한미 FTA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양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데 숨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대식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과 미국 모두 FTA에 대한 인식조차 별로 없었던 2000년부터 한미 재계회의에서는 한미 FTA가 맺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한미 재계회의 한국위원장을 맡은 조 회장이 ‘외환위기로 빚어진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방법만으로는 안 된다’며 한미 FTA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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