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보다는 희망을 키웠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됐을 때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것은 멕시코의 저임 근로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자동차산업이 온타리오 주 전체 경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3국간 자유무역 협정을 맺으면 공장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로 이전될 것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비록 나중에 패소하기는 했지만 캐나다 연방정부를 상대로 NAFTA 협정 취하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NAFTA 협정 체결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공장이 멕시코로 옮겨 가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공장에서 만들어낸 자동차 수출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급기야 렉서스만큼은 일본 공장을 고집하던 도요타도 2003년부터 이곳에서 렉서스 첫 해외 생산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 공장도 무관세 혜택 때문에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1000여 개의 자동차 부품공장이 연간 43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캐나다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만을 보고 사업을 해 온 기업들이 NAFTA 체결 이후에는 미국 시장까지 겨냥한 제품을 내놓는 것도 NAFTA가 가져온 큰 변화다.
캐나다 RIM사가 개발해 인기를 얻고 있는 ‘블랙베리’가 대표적인 사례. 일종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는 사무실 밖에서 이동하면서도 e메일 접속 및 작성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월가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반 휴대전화에 비해 고가지만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만 대가 팔렸다. 블랙베리는 이제 미국에서는 전문직들을 중심으로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캐나다는 NAFTA에 앞서 1989년 미국과의 양자 FTA를 체결한 바 있다. 1994년부터 발효된 NAFTA는 국가가 3개국으로 늘어나고 FTA 강도가 이전보다 대폭 확대됐다.
캐나다는 1989년 이후 미국과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은 물론 투자가 크게 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
미국에 대한 캐나다의 수출액은 2005년 기준으로 3024억 달러로 FTA 발효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세를 계속해 왔다. 같은 해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수출액은 1919억 달러. 수입도 많이 늘었지만 수출 증가세가 훨씬 크기 때문에 캐나다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988년 44억 달러에서 1993년 179억 달러, 2005년에는 1253억 달러로 17년 사이 28배나 늘어났다.
○ 캐나다, 적극적인 FTA 추진국 변신
캐나다 정부는 NAFTA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일본과의 FTA 협상도 서두르고 있다. 물론 NAFTA에 대해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시장논리와 성장 일변도 정책기조 속에 캐나다의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것도 ‘NAFTA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안은 채 미국시장에 문을 열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인구 3000여만 명의 ‘시장 소국’인 캐나다에서는 자유무역이 살 길이라는 믿음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CTT 산업단지 CEO
“반대 많았지만 결국 기업 경쟁력 강해져”
CTT 산업단지 운영을 맡고 있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인 존 테넌트(사진) 씨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할 때 CTT를 포함한 캐나다의 많은 지역이 반대를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NAFTA가 캐나다 경제와 국민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유무역은 캐나다 경제 성장에 핵심 요소였기 때문에 NAFTA를 통해 캐나다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실제로 캐나다 기업은 미국의 넓은 시장을 밑거름 삼아 강한 경쟁력을 길러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캐나다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는 NAFTA 비판론에 대해 “인구가 약 3000만 명이 겨우 넘는 국가라 밖에서 넓은 시장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무역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 NAFTA 체결로 캐나다의 정체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며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여전히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며 다른 정부와 법을 운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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