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주 FTA]농산물 기대이하… 적자 늘어나

  • 입력 2007년 4월 7일 02시 59분


미국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005년 1월 발효한 뒤 호주가 ‘약간’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호주는 미 농산물 시장을 노렸으나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호주가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설탕 수출은 아예 협상에서 제외됐으며 쇠고기와 낙농 제품은 미 전체 수요량의 0.17%에 해당하는 쿼터 증가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많은 예외 조항이 포함됐다.

반면 호주의 거대한 제조업 시장을 노렸던 미국은 FTA 체결로 자동차 항공기 컴퓨터 화학 목재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무관세에 힘입어 대(對)호주 수출이 크게 늘었다.

FTA 체결 이듬해인 2006년 미국의 대호주 수출은 전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 50개 주 전 지역에서 호주를 겨냥한 수출을 하고 있으며 워싱턴,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등 경제 규모가 큰 지역일수록 수출 비중이 높다.

만성적인 대미 무역 적자도 FTA 체결 뒤 오히려 증가했다. 농산물 대신 제조업 제품 수출이 늘고 미 연방정부의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미국에서 들여오는 수입 증가 폭을 당해낼 수 없었다. 미국의 파상공세 속에서 ‘의약품 혜택계획(PBS)’으로 불리는 의약품 보조정책과 영화 TV 프로그램 수입 쿼터를 지켜낸 것이 그나마 성과로 평가된다.

또 호주의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FTA 이후의 변화. 대미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9%에서 2005년 25%로 늘어났다. FTA 체결로 미 정부의 조달사업에 입찰하는 외국기업에 부과하는 ‘6% 벌금 규정’이 사라지면서 호주 중소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FTA가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존 하워드 총리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2004년 10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달리 호주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상원에서 두 번이나 부결되는 진통 끝에 비준이 동의됐다. 최근에는 ‘밑진 장사’와는 다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호주 ABC방송은 “FTA 체결 이후 호주 국민은 ‘크게 잃은 것도, 크게 얻은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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