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매년 200억 달러 안팎 직접투자
NAFTA 발효 이후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게다가 중남미의 중심 국가라는 점 때문에 마킬라도라에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몰려들었다. NAFTA 이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매년 200억 달러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6년 상반기 멕시코는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5%가 넘는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사라졌다. 금융 분야는 더욱 역동적이다. 지금처럼 성장 친화적인 개혁을 계속하면 국제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세계화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멕시코 연례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멕시코는 NAFTA 발효 다음 해인 1995년 정정 불안으로 페소화가 폭락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경제성장률은 -6.2%를 기록했다. 결국 미국의 재정지원과 IMF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겼다.
이런 멕시코가 IMF 모범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8%. 악성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으나 지금은 4% 안팎이다. NAFTA 이후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점점 줄어 지난해에는 14억 달러까지 축소됐다.
NAFTA 이후 특히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포드, 독일의 폴크스바겐 BMW, 일본의 닛산 혼다 등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멕시코에 진출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신기택 상무관은 “연간 자동차 생산량에서 멕시코는 한국과 순위다툼을 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상당수는 ‘메이드 인 멕시코’다.
그렇다면 멕시코 경제는 완전 정상궤도에 들어선 것일까.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멕시코 경제가 안정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1994년 이후 평균성장률은 2∼3%에 그친다.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이 5∼6%의 고성장을 하는 것에 비하면 저성장이다.
게다가 중국의 급부상도 멕시코에는 큰 도전이자 시련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저가 제품이 미국 시장을 휩쓸면서 멕시코산 제품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비해 ‘무관세’라는 이점은 있지만 멕시코 인건비가 중국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인건비가 저렴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비싸다.
빈부 격차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NAFTA 발효 이후 절대 빈곤 비율은 약간 줄고 빈부 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약간 개선됐다. 그러나 개선 정도가 너무 미미하다.
○ 철저한 내부개혁 필요
멕시코의 빈부 격차를 모두 NAFTA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냐하면 빈부 격차는 오랜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유산인 데다 균등하지 못한 교육기회와 부패, 농업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995년 외환위기 당시 중산층이 붕괴해 격차가 커진 것도 NAFTA와는 별개의 일이다.
KOTRA 멕시코시티 무역관은 최근 ‘멕시코의 NAFTA 사례’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가 경제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한 점, 기존의 원유 중심 산업구조를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해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전적으로 NAFTA 효과”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멕시코 특집 기사에서 “NAFTA가 멕시코 수출을 늘리고 외국투자의 급증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부상하고 다른 중남미국가가 자유무역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 효험이 많이 떨어졌다”며 “NAFTA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대외경제정책硏 김원호 박사의 진단
“장기 플랜 없이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 개혁법안도 좌초… 새 성장동력 못살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김원호(사진) 박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멕시코의 경제개혁 실패가 불러온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김 박사는 “멕시코는 NAFTA 체결 이후 저임금 노동력에 바탕을 둔 미국 시장 진출 외에는 별다른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어 오면서 NAFTA로 얻을 수 있었던 장점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김 박사는 NAFTA 체결 이후 경제개혁이 부진한 것은 1997년 총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된 것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화는 진전을 이뤘지만 행정부의 힘이 약화돼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의 추동력이 떨어졌다는 것.
1997년 이래 멕시코 정부가 추진한 전기, 에너지, 통신 등 주요 분야 개혁법안이 대부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로 이들 분야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멕시코가 기술인력 양성 투자를 소홀히 하는 등 장기적인 플랜이 부족한 것도 경제 부진의 한 요인이 됐다. 단순 조립가공 형태의 마킬라도라 산업은 NAFTA 체결 이후 외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고기술 고부가 산업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했다는 점은 문제라는 것.
김 박사는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가 마킬라도라에 안주해 개혁을 등한시한 것을 지적하면서도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경제 실적 부진이 NAFTA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즉,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파고들어 멕시코에 타격을 주었는데 이는 NAFTA의 영향과는 별개다. 멕시코의 경제 실적 부진은 다른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것.
멕시코는 스스로 NAFTA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멕시코 정부 관계자들은 내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FTA를 추진해 멕시코 전 산업이 하청산업으로 변화되는 ‘전 국토의 마킬라도라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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