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사회에 기여”
철저한 ‘중국기업’ 추구
‘중국인의 사랑과 지지 없이는 사업이 발전할 수 없다’.
지난달 중국삼성은 임직원 5만4000여 명에게 황금돼지 저금통을 나눠 줬다. 임직원들의 성금으로 불우어린이 지원 등 지역사회를 돕는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중국삼성은 ‘중국 국민에게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따라 2005년 9월부터 ‘일심일촌(一心一村)’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 중국본부 산하의 법인과 지사가 농촌 마을과 1 대 1로 자매결연을 맺고 각종 지원활동을 벌이는 운동이다.
삼성은 1995년 1월 중국삼성을 세운 후 그룹 차원에서 중국시장을 공략해 왔다. 현재 전자 SDI 화재 물산 등 20여 개 계열사가 28개 생산법인과 30개 판매법인, 4개 연구소, 57개 지점 및 사무소를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297억 달러(약 28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350억 달러(약 33조2500억 원)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삼성은 일심일촌 운동과 같은 사회공헌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 이벤트와 스포츠 마케팅으로 경쟁이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 신구이쭈(新貴族) 겨냥한 고급화 전략
‘중국 시장 전체가 삼성전자의 시장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을 핵심 시장으로 보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신구이쭈(新貴族·신귀족)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 중국 내 주요 도시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신구이쭈는 6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TV 부문에서는 브라운관보다 액정표시장치(LCD) 및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에 집중한다. 냉장고는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제품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은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중국의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선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이어 3위이지만 3000위안 이상 고가제품 시장에선 5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
제일모직 패션부문은 1997년 중국 진출 때부터 아예 상위 5%, 100만 위안(약 15억 원) 이상 자산을 소유한 소비 리더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신사복 갤럭시와 스포츠브랜드 라피도는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이미 명품 브랜드의 위상을 굳혔다. 최근 진출한 캐주얼브랜드 빈폴도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중국 ‘민족기업’으로…철저한 현지화
중국삼성은 중국에서는 철저한 ‘중국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17개 주요 대학에 ‘삼성장학금’을 주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 차원에서 베이징국제마라톤대회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철저한 현지화를 최고의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히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경영을 추구한다는 것.
SDI 톈진(天津) 법인은 2004년부터 매년 50여 명의 현지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 개안사업을 펼쳐 왔으며 시각장애인학교에 ‘삼성SDI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2005년엔 중국 둥관(東莞) 법인으로 개안사업을 확대해 지금까지 모두 142명의 중국 시각장애인이 수술을 받았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상무부가 발행한 ‘2006 중국상무발전연구보고’에서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삼성SDI가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 중국 인재를 잡아라
중국에 진출한 삼성 계열사들은 우수한 현지 인재 확보에도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을 신흥시장에서 전략시장으로, 저가제품 생산기지에서 고부가 첨단제품 생산국으로 새롭게 인식하면서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를 중심으로 삼성 최고경영진의 강연회를 개최해 왔다. 또 중국 대학과 중국삼성 계열사가 연계해 산학협동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주재원 위주의 법인 및 지점 운영에서 벗어나 점차 현지인들에게 글로벌 리더로서의 성장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 통신연구소 소장을 현지인으로 채용했고, 주요 제품의 마케팅 영업 핵심 인력도 대개 중국인으로 충원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역량 있는 리더 양성을 위해 우수한 현지 직원을 1년 동안 한국에 파견해 한국어 집중교육 및 리더십 교육을 받도록 하는 ‘한국향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톈진 법인에선 한국 본사가 운영 중인 ‘멘터 제도’를 ‘사부(師傅) 제도’로 현지화했다. 신규 채용한 현지인을 기존 직원(사부)과 연결시켜 1 대 1로 집중적인 기술교육을 받도록 한 제도다.
삼성SDI도 현지 우수인력을 선발해 한국에서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배우게 하는 ‘한국전문가코스(KEC·Korea Expert Course)’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 측은 “팀장 및 간부급 직원의 95%를 중국 현지인으로 채워 현지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一心一村등 사회봉사 통해서 중국인 마음 사로잡는 게 살길”▼
2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국삼성 본사’ 사장실에서 만난 박근희(54) 사장은 “우리 회사는 중국인에게 이제 외자기업이 아니라 중국기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의 중국 전략은 남다르다. 2005년 1월 중국 본사 사장에 취임한 뒤 ‘삼성 중국’이란 이름부터 ‘중국 삼성’으로 바꿨다. 제품의 질로 승부한다는 전략도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한 차원 높은 전략으로 대체했다.
2005년 9월부터 시작해 현재 38개 법인이 참여하는 ‘1심(心) 1촌(村) 운동’은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봉사 활동이다. 법인마다 마을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돕는 방식이다. 2005년부터 실시한 ‘애니콜 희망공정’은 매년 15개교씩 3년간 시골벽지에 학교를 지어 주는 운동이다. 올해부터는 매년 1500명에게 개안(開眼)수술을 해 줄 예정이다.
삼성의 이런 행보에 중국 기업들은 혀를 내두른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이미지는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지난해 삼성의 선행을 보도한 중국 언론의 기사만 95건에 이른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주는 최고 권위의 ‘중화(中華) 자선상’도 받았다.
2005년 253억 달러이던 매출도 지난해엔 297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올해 목표는 350억 달러다.
“외자기업에 주던 세금 혜택을 없애고 노동과 환경의 기준을 높이는 등 중국 정부가 최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되레 국가가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 사장은 “중국에서 저렴한 인건비 과실만 따먹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중국에 28개의 생산법인과 30개의 판매법인을 갖고 있는 삼성은 앞으로는 서비스와 보험 금융 분야의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청주대를 졸업하고 1978년 삼성SDI에 입사한 그는 2003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거쳐 2004년 1월 삼성캐피털 대표이사 사장, 같은 해 2월 삼성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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