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이게 아닌데…” 대형 평형 중심 가파른 하락세 왜?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목동 집값이 진짜 떨어졌어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은행원 이모(47) 씨는 자기 집 시세가 하락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여태껏 집값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은 채 꿋꿋이 올라 이젠 강남과도 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올해 들어 목동 아파트 값은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가 0.33% 떨어질 동안 양천구는 1.61%나 빠져 서울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지난달에만 1억 원 넘게 떨어진 아파트도 있다. 매매가 급락의 원인에 대해 “지난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하락세를 너무 많이 오른 데 따른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게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이다.》

○ 집값 받쳐줄 소득수준 안돼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빅3’와 비교한 목동의 가장 큰 차이는 소득 수준. 집값은 강남권의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받쳐줄 소득은 아직 그만큼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상승 등 외부 충격이 오면 집값이 쉽게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부유층을 주로 상대하는 프라이빗뱅킹(PB) 센터는 현재 서울에 12곳. 이 중 목동센터의 고객 1인당 금융자산이 가장 적다. PB센터 분포도 강남구에 5개, 서초구와 송파구에는 2개씩인 반면 양천구에는 1개에 불과하다. 이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목동은 여유자금 3억 원 정도의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교육비 지출이 많아 가처분소득이 적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집값을 지탱해 줄 주변 수요가 부족하다는 점도 목동의 약점으로 꼽힌다. 인근 신월동이나 강서구 등촌동 집값은 평당 1000만∼2000만 원 정도지만 목동은 이미 4000만 원에 육박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이 때문에 목동은 주변 지역 거주자가 집을 사서 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강남은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이 활발하지만 목동은 ‘동네 자본’만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교육 하나로 버티기엔 한계

목동의 집값을 떠받쳐온 가장 큰 요인은 잘 갖춰진 교육 환경. 하지만 교육에만 의존하는 주택 수요가 반대로 집값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목동은 특목고 진학 등을 겨냥한 ‘중학교 특구(特區)’라고 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중대형 평형보다는 소형 평형을 사거나 전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들은 강남으로 눈을 돌리게 돼 목동에서의 주거 기간이 길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깝지 않다는 점도 목동의 약점. 강남은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를 중심으로 업무·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배후 주거지에 대한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보된다.

반면 목동은 내부 업무시설이 빈약할 뿐 아니라 여의도나 강남·북으로 이동하기가 상대적으로 불편해 자녀 교육을 빼고 나면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점도 목동의 한계로 거론된다.

그렇다면 목동 집값은 이미 고점(高點)을 찍었을까.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박 부사장은 “특목고 열풍이 여전하고 서울 서남부 지역에 목동만 한 주거 여건을 갖춘 곳이 없다는 점에서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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