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산하 단체의 집회장소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어 또 다시 ‘편법 집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범국본 집회의 장소 편법 이용은 이번이 4번째다.
▽일상화된 ‘도로 점거’=민주노총과 범국본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5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FTA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나고 오후 4시 40분경 이들은 대학로 6개 차로 가운데 4개 차로를 점거했다. 이후 1시간 40분 동안 종로5가→종로2가→청계2가→을지로2가→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을지로2가에선 연좌농성을 벌여 이 일대 교통이 한순간 마비됐다.
범국본은 또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1일 한미 FTA 협상장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주변에서 분신을 시도했던 허세욱(54) 씨의 병원비 모금운동을 벌였다. 경찰은 전·의경 158개 중대, 1만5000여 명을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새로운 편법 집회, ‘장소 대여’=7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선 3개의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오후 1시경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구조조정 분쇄 및 KTX 새마을호 투쟁 승리를 위한 철도노동자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 집회는 경찰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시간여 뒤인 오후 3시 20분 집회가 끝나자 무대로 사용된 대형 트레일러 위에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한미 FTA 타결 무효 투쟁 선포대회’ 현수막이 걸렸다. 두 번째 집회가 끝나자 오후 4시에는 범국본이 같은 장소에서 FTA 반대 집회를 연이어 열었다. 경찰은 민주노총과 범국본 집회는 불허했다.
민주노총과 범국본은 서울역 등에서 FTA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과거 폭력시위 전력과 교통흐름 방해 등을 이유로 금지 통고를 하자 민주노총 산하 단체인 철도노조의 집회 장소를 편법 대여한 것.
경찰은 지난달 25일 집회 이후 “민노당의 집회가 범국본에 의해 세 차례나 불법 시위로 변질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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