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임금 격차

  • 입력 2007년 4월 11일 03시 03분


《오늘날 대부분의 여성근로자는 저임금 단순노동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들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임금을 지불하며 전망도 별로 없다. 그러나 일단 직업이 성별에 따라 분류되면―주로 여자의 일거리로 보이게 되면―타성이 붙어 고정화된다. (중략) 고용주들은 일할 사람을 결정할 때에 ‘성별’이라는 표지에 좌우된다. 게다가 대부분 여성 직업의 조건들 그 자체가 여성 근로자들 편에서 적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즉 직업에 대한 낮은 헌신도, 미미한 경력 상의 야심, 높은 이직률, 사회관계에서 대체적인 보상 구하기 등이 그것인데, 이러한 것들이 여성에게는 낮은 수준의 직업만이 적합하다는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중략)》

위의 글은 고려대가 2004학년도 입시 수시1 언어 논술고사에서 평등을 주제로 제시한 네 개의 글 중 하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책에서 발췌한 것으로 노동시장에서의 남녀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다른 상품의 가격처럼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또 노동자들은 생산 과정에 기여한 한계생산물의 시장가치, 즉 노동 한 단위가 추가로 투입될 때 추가적으로 생산되는 산출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금액만큼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한계생산물의 시장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많다. 예들 들어 기업들은 더 부지런하고, 더 경험이 많고, 더 많이 교육받은 사람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자 한다.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 차별(discrimination)로도 임금격차가 생길 수 있다. 차별이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인종 성(性) 연령 등 개인적 특성 때문에 서로 다른 기회가 부여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주로 편견 때문에 생기는 차별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잘못된 통념과 진실을 구별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취업의 형평성(여성에게 일할 기회를 보장)보다는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행위도 노동시장에서 오히려 차별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생산성은 같은데 차별에 의해 한 노동자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면, 임금이 낮은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윤동기가 차별적 임금격차를 줄이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가 차별행위를 하는 기업의 높은 상품가격을 받아들이거나, 정부가 차별적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경우에는 경쟁시장에서도 임금격차가 지속될 수 있다.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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