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의사 약사 등 고소득 의료인을 뜻하는 '메디 노블스'에 주목하고 있다.
대체로 고액 자산가에 속하는 이들은 평소에도 비싼 의료기기 장비구입을 위해 은행 대출수요가 많았던 고객들.
특히 이달 개정 의료법 발효와 함께 의료광고가 대폭 허용되면서 병원 홍보를 염두에 둔 의료인 대출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기존 의사 대상 신용대출상품인 '닥터론'과 약사 대상의 '팜론' 뿐 아니라 새로운 카드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메디 노블스 유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의사와 약사를 콕 찍어 유혹하는 카드
외환은행은 전문 의료인 대상의 플래티늄 카드인 '메디 노블스' 카드를 최근 선보였다.
의사 약사 한의사 수의사 자격증 소지자가 가입 대상으로 월 초기 사용금액 한도가 3000만 원에 이른다.
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구매하면 거래 금액의 0.7%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상시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제공된다.
박효진 외환은행 카드 마케팅팀 차장은 "의사 약사들은 대개 카드 사용금액이 연간 1억 원 이상, 금융자산이 2억 원 이상"이라며 "골프장 예약과 호텔 무료주차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손잡고 치과의사들을 위한 '신한 대한치과의사협회 플래티늄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협회 회비 납부 등 회원 업무관리 서비스와 다양한 스마트카드 기능이 제공되는 이 카드는 환전 수수료 면제와 골프 종합보험 등의 무료 가입 혜택이 있다.
이재영 신한카드 전략혁신팀 과장은 "은행으로선 의사들끼리의 '입 소문'을 통해 프리미엄 고급 회원을 확보하려는 전략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용대출 금리 낮춰 의사 고객 유인'
은행들은 메디 노블스 대상의 신용대출 금리를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낮추는 추세다.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뚝 끊기면서, 신용 리스크가 적은 전문직 고객 확보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국내 닥터론의 효시는 하나은행이 1993년 선보인 '닥터 클럽'으로 지난달 말 현재 대출잔액이 1조6997억 원에 이른다. 이 '효자 상품'은 개업의사가 은행으로부터 최고 신용등급을 받으면 최저 연 5.77%의 조건으로 3억3000만 원까지 무보증으로 빌릴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닥터론에 대해 이달 30일까지 수수료를 20% 깎아주고 신규 대출금리를 0.1%포인트 낮춰주는 금리 인하 이벤트를 펼친다.
현재 이 은행이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5.95%. 최장 5년 동안 최대 3억5000만 원까지 빌려준다.
신한은행의 '탑스 전문직 우대론 닥터클럽'은 의사 한의사 군의관 등에게 연 소득의 150%, 최대 2억 원까지 연 6.44~7.44%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우리은행의 '우리 메디클럽 대출'은 이 은행이 선정한 병원의 의사 약사 간호사 사무직원 등으로 의료인 고객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3월 상품을 선보인 이후 이달 10일까지 1813억 원의 대출실적을 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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