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벌이 부부, “말 못하는 갓난 아들과 매일 화상통화해요”
초등학교 교사인 최지혜(30) 씨는 생후 10개월 된 아들이 있다. 낮에는 집 근처에 사는 시부모가 아들을 봐주지만 최 씨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아이한테 무슨 일이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시어머니에게 매일 전화해 아이의 상태를 캐묻는 것도 죄송스러웠다
아이가 아직 말을 할 수 없으니 전화를 해도 엄마 혼자만 아들한테 떠드는, 짝사랑 같은 ‘짝 통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월 초 KTF 쇼(SHOW) 대리점에서 화상통화가 가능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폰을 구입한 뒤 최 씨의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하루 종일 아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궁금한 것은 많은데 아들이 말을 못하니 전화 목소리도 들을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화상통화가 가능해진 뒤에는 아들 얼굴을 쳐다보면서 노래를 불러줄 수도 있어 너무 좋습니다.”
화상통화는 최 씨 남편(30·회사원)의 생활도 바꿔놓았다. 아들 얼굴이 보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 댁에 자주 전화하게 되면서 부모의 안부도 예전보다 더 자주 챙기게 됐다. 직장 동료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싶을 때는 지갑의 사진을 꺼내는 대신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게 된 것도 달라진 일상의 대표적 예.
최 씨 부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들과 ‘3자 영상회의’를 하기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전화기에 동시에 떠 있는 최 씨 부부의 얼굴을 손자에게 보여 주며 “아빠가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라고 물으며 즐거워한다.
화상통화가 자칫 서로 소원해지기 쉬운 맞벌이 부부 가정의 가족애를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 지방 근무하는 애인에게 “네 얼굴 보고 싶어 전화했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고민영(30·여) 씨는 6개월 전 남자친구(34)가 경북 경산시의 한 공장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바람에 ‘주말 연인’이 됐다.
서로 일이 바쁘면 2주나 3주에 한 번 만나게 되기도 했다.
고 씨는 “매일 통화를 하지만 목소리만 듣고서는 상대의 변화를 챙겨 주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화상통화가 가능한 3G폰을 구입하면서 그런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고 씨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새 옷을 샀을 때 그걸 남자친구에게 보여 주기 위해 2주나 3주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꽤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남자들이 보기엔 사소한 일 같지만 여자들에게는 그런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상통화가 고 씨의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줬다. 언제든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옷 어때?” “새 헤어스타일 잘 어울려?”라고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도 “오늘 자기 정말 예쁘다”라고 칭찬해 줄 수 있어서 좋단다. 또 각자의 직장 환경을 휴대전화로 비춰서 보여 주다 보면 ‘아 내 사람이 저런 책상과 의자에 앉아서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색다른 친밀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들끼리는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었던 음성통화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인 것이다.
고 씨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할 일이 있을 때 굳이 만나지 않아도 영상통화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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