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점들 S라인의 유혹… 고객 발걸음 이끄는 ‘동선의 비밀’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7층 가정용품 매장.

통로가 지그재그로 나 있다. 올해 초 인테리어를 새로 꾸미면서 일자로 늘어서 있던 매장을 모두 45도 각도로 비틀어 사선으로 배치한 것.

일렬로 놓여 있던 진열대도 전부 대각선으로 바꾸었다. 모두가 백화점의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에서 식기를 담당하는 박태훈 바이어는 “고객이 매장 구석까지 다니면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네모반듯하던 바둑판형 동선(動線)을 지그재그로 바꿨다”며 “동선이 바뀐 뒤

고객 체류 시간이 30% 늘었고, 고객 1인당 평균 구매액도 12%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오른쪽에 고객이 쉴 수 있는 소파가 놓여 있다. 왼편에는 할인 행사 진열대가 있다. 여기에는 오른손잡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계산이 담겨 있다. 오랜 인간 행동, 특히 소비자의 동선에 대한 연구 결과다.

하나 더. 남성 정장 매장은 대부분 매장 깊이가 다른 곳에 비해 2∼3m 더 깊다. 남성 정장은 충동구매 없이 계획적으로 사는 상품이다. 고객이 한 매장에서 곰곰이 고민하며 선택할 수 있도록 일부러 동선을 길게 만들었다.

고객의 동선을 파악해 매장을 꾸미고 상품을 진열하는 ‘동선 마케팅’은 유통업계의 기본적인 마케팅 기법. 롯데백화점 상품기획(MD)전략팀의 장준 매니저는 “좋은 상품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고객의 동선에 맞춰 상품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고객의 편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매출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객이 지나다니는 동선을 일부러 늘리는 등 소비자의 움직임을 응용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이마트 자양점은 통로와 진열대가 구불구불한 S라인으로 돼 있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 최근 개장한 백화점의 의류 매장도 S자로 동선을 만들었다.

장 매니저는 “마치 오솔길을 걷듯 산책하는 기분으로 매장을 둘러보고, 지루하지 않게 매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동선에 재미와 감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매장에 오래 머물면서 편안한 기분으로 쇼핑하고 지갑을 열라는 것. 이전까지는 많은 고객이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네모나게 매장을 배치한 바둑판형 동선이 대부분이었다.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김치호 겸임교수는 “매장을 편안하게 둘러보는 느낌 자체가 백화점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브랜드가 된다”고 말했다.

매장을 오래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길을 꾸불꾸불하게도 만들지만,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동선을 줄이는 노력도 있다.

지난달 개장한 신세계백화점 죽전점 4층 캐주얼 의류 매장 한가운데 엉뚱하게 커피점인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옷을 구경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효과도 노렸다.

롯데백화점은 여성 의류 매장 입구에 인기 구두 매장을 배치했다. 옷을 사고 나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구두도 사라는 의도다.

이 같은 고객의 동선 연구는 오프라인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동선도 있다. 인터파크마트 등 온라인 쇼핑몰도 고객이 사이트에 접속해 상품을 찾고 결제할 때까지의 클릭 행태를 연구해 ‘황금동선’을 찾기 위해 사이트를 개편하고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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