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휴대전화 머리와 몸이 따로따로?

  • 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3세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 카드가 통신업계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USIM 카드는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저장된 일종의 스마트카드로 화상통화와 더불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핵심으로 불린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원칙적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휴대전화기와 이동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의 가입정보를 담은 USIM 카드를 새 전화기에 꽂는 것만으로 원래 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와 은행통장,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시판 휴대전화의 경우 USIM 카드에 잠금장치(lock)가 걸려 다른 전화기로 카드를 옮길 수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3세대 이동통신의 장점을 없애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전화 가격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이동통신사의 전화기 유통 독점 때문”이라며 “전화기 가격을 내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려면 USIM의 잠금장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얼마 전부터 소비자의 편익 향상을 위해 USIM 카드의 잠금장치를 푸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언제 실행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업체와 업종에 따라 USIM 잠금장치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USIM 카드 문제에 대해 가장 크게 찬성하는 곳은 KTF다. 3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이 회사는 고객의 ‘자유로운 이동’이 반갑기만 할 것이다.

SK텔레콤은 표면적으로 “USIM 이동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1위 업체의 위상을 위협받을 수 있는 USIM 이동 결정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업체들 역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기 유통의 주도권이 이동통신사에서 자신들에게로 넘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지만 혹시나 중고 휴대전화기 재활용이 많아져 신규 수요가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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