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샤넬 운동화’ 신어 보셨나요?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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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패션 업계와 스포츠 용품 업계는 한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각각 소수 부유층, 다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 타깃 고객층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고 AF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럭셔리 패션 업체들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고급 운동화를 만들고,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도움으로 고가의 운동화를 만드는 게 유행이다. 서로 상대방의 영역에 뛰어드는 크로스오버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이런 트렌드는 10일 구찌, 이브생로랑 등을 소유한 프랑스의 럭셔리 그룹 PPR가 푸마의 지분 27%를 인수하면서 정점에 올랐다. PPR는 스포츠 용품을 생산하는 대신 아예 잘나가는 브랜드를 사들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

두 업계의 크로스오버는 스포츠 용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면서 시작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성인들은 운동할 때만 운동화를 신었다. 그러다 잘나가는 젊은 벤처 기업가와 패션 리더들이 평상시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운동화 착용이 일상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 업계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을 끌어들여 고가의 운동화를 만들면서 이런 유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일본인 디자이너 야마모토 요지 씨의 디자인으로 재미를 본 아디다스는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씨와 2010년까지 계약을 했다.

럭셔리 업계도 이처럼 형성된 ‘고급 운동화’ 시장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샤넬, 디올, 에르메스 등은 각각 자사 브랜드를 새겨 넣은 운동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런 크로스오버가 활발해진 것은 무엇보다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운동화의 이익률은 구찌가 만드는 럭셔리 제품의 이익률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두 업계의 스포츠 용품에 대한 투자가 계속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9월 전 세계 스포츠 용품 매출액은 2005년 같은 기간 대비 1% 줄었다. 심각한 포화 상태의 영국에선 판매량이 4%, 매출액은 7.6% 감소했다.

금동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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