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마당발]이희범 무역협회장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7분


코멘트
“벗을 잃더라도 적은 얻지 말자는 게 신조죠”

“내가 교제의 범위가 넓은 것은 맞지만 형님 아우 할 정도로 끈적끈적한 사람은 많지 않은데….”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50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내가 ‘마당발’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무역협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며 “이번에 일본 가서도 명함 1통을 다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본 도쿄(東京)에서 끝난 한중일 30인 회의에 참가한 뒤 귀국해 바로 집무실로 왔다.

이 회장이 스스로 넓다고 밝힌 교제의 폭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400여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고, 수행비서의 휴대전화에는 무려 4137명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산업자원부 차관 시절까지 받은 명함은 1만2000장 정도 된다. 버릴 건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480장 들어가는 명함첩 25권 분량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산자부 내에서 3대 분야인 산업 통상 자원 분야를 모두 거치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끈적끈적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이 회장의 겸손이다.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단순히 업무상 만나는 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능력이 있다. 1990년대 중반 업무로 알게 된 태미 오버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는 이 회장을 사석에서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절친하게 지낸다. 오버비 대표는 3월 이 회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민간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 회장을 크게 도왔다. 연방의회 의원들과 미 상공회의소 회장 등에게 한미 FTA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나 알아티야 카타르 제2부총리는 이 회장을 만나면 악수만 하지 않고 친근감의 표시로 끌어안으면서 인사를 한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 회장은 “사랑의 크기는 사랑하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며 “내 마음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게 통하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고 비결 아닌 비결을 털어놓았다.

이희범 회장 인맥지도
정계정세균(열린우리당 의장) 김진표(열린우리당 의원)
재계윤석금(웅진그룹 회장) 윤종용(삼성전자 부회장) 이만득(삼천리그룹 회장)
학계이장무(서울대 총장) 김종량(한양대 총장) 오명(건국대 총장) 홍승용(인하대 총장)
시민단체최열(환경재단 대표) 정광모(한국소비자연맹 회장)
그는 업무상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사람들을 ‘전향’시키기도 한다. 이 회장이 2006년 2월 무협 회장에 취임할 때는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일부 회원은 독자 후보를 내세워 이 회장과 표 대결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자신을 강하게 반대했던 사람들부터 만났다. 이들은 이 회장과 만난 뒤 “앞으로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한 사람의 친구를 잃는 한이 있어도 한 사람의 적은 만들지 말자는 게 내 신조”라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다른 사람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면 아무리 미운 사람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