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딱 내 스타일이야” 할때까지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은행들이 상품개발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새로운 예금상품 개발에 땀을 쏟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의 신상품 개발은 단순했다. 2, 3명의 인력이 주로 금리와 이름을 바꿔 가면서 ‘정기예금’, ‘정기적금’, ‘자유예금’ 등의 상품을 신상품으로 내놓았을 뿐이다.

이랬던 은행이 타깃 고객 및 상품 수익성 분석, 마케팅 활동은 물론 상품 이름을 붙이는 ‘네이밍’ 전문 인력까지 보강하는 등 사활을 건 상품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 ‘은행에 웬 연구개발(R&D)팀?’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개인고객본부에 ‘R&D팀’을 만들었다. 첨단 제조업의 R&D 마인드를 도입하고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우리은행 임영학 부부장은 “R&D팀에는 현재 20명의 인력이 상품 개발과 리서치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영업점에서 30여 명의 ‘우리디어스’(우리은행+아이디어에서 온 말) 인력을 뽑아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름을 짓는 ‘네이밍’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 정기예금’(CD금리에 연동된 예금으로 음악 CD가 오렌지 단면과 비슷한 점과 금리가 변한다는 뜻의 ‘range’를 결합), ‘R부자플랜’(환매조건부채권의 약어인 RP와 부자를 결합) 등은 히트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기존 수신, 여신, 투신 등 부문별로 나뉘어 있던 상품 개발 기능을 통합해 ‘상품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국민은행 정현호 팀장은 “종전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상품을 급조했지만 이제는 법적, 제도적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에 따라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초 상품 개발과 마케팅, R&D 기능을 결합한 ‘마케팅전략본부’를 신설했다.

○ 첨단 파생상품

그렇다면 은행들의 최근 신상품 개발 트렌드는 무엇일까.

우리은행 임 부부장은 “연 4%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핵심 마케팅 대상으로, 이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 개발이 급선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주가연계예금(ELD)이 대표적인 상품. ELD는 원금 보전이 가능하면서도 주가지수가 조건에 맞으면 두 자릿수 금리까지 노려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신한은행 이용종 부실장은 “확정금리를 주는 정기예금과 ELD를 결합해 최소 3%대 수익을 보장하면서 변동 폭은 낮추는 변형상품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객을 세분하라

고객 타깃층이 세분되면서 금융상품이 다양해지는 것도 최근 금융상품 개발 트렌드 중의 하나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내놓은 ‘명품여성통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시판 7개월여 만에 59만 계좌, 2조4300억 원이 예치됐다.

국민은행은 이 통장 개발을 위해 수십 명의 주부를 초청해 그들의 ‘수다’를 들었다고 한다. 고객이 직접 상품 설계에 참여하는 ‘프로슈머’ 개념을 도입한 것.

문화·스포츠센터 수강을 하거나 봉사 활동을 할 경우 연 0.2%포인트 우대금리를 주는 등 ‘기발한’ 서비스도 이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신한은행 이 부실장은 “고객 분석 못지않게 고객의 반응을 면밀히 검토하는 ‘피드백’ 작업이 중요하다”며 “소비자 입맛에 맞는 금융상품을 누가 빨리 시장에 내놓느냐 하는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시중은행의 상품개발 조직 강화
은행조직출범 시기특징
국민상품본부2007년 1월수신, 여신, 투신 등으로 나뉘어 있던 상품개발 기능을 하나의 본부로 통합
신한마케팅전략본부2007년 1월상품개발, 마케팅, 연구개발(R&D) 기능 결합
우리R&D팀2006년 9월개인고객본부 산하에 R&D 전문인력 배치
하나상품개발부2006년 1월개인, 소호, 펀드 등 모든 상품개발 총괄
자료: 각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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