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등을 바라보는 2, 3등의 기분은 어떨까.
SK텔레콤과 함께 한국 이동통신업계의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2, 3위 업체 KTF와 LG텔레콤 관계자들은 “얄미운 1등”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그러나 SK텔레콤에 대해 ‘현대의 박력과 삼성의 꾀를 함께 갖춘 회사’라는 부러움 섞인 평가도 내놓았다.
○ “선두주자로 특혜 많이 누렸죠”
LG텔레콤의 한 임원은 SK텔레콤이 국내 이동통신업계에서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켜 온 이유로 ‘선두주자로서의 특혜’를 먼저 들었다. SK텔레콤 외에 유일하게 ‘황금주파수’인 800MHz 대역을 사용했던 신세기통신을 2002년 합병해 주파수 부족을 해결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KTF의 한 부장은 “당시 시장점유율 합계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두 기업이 합병했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57.9%)를 50% 이하로 낮추라는 조건을 내걸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SK텔레콤은 이 난국을 ‘적과의 동침’ 전략으로 해소했다. LG텔레콤 가입자를 대신 유치해 주며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상대적으로 낮췄던 것이다. KTF와 LG텔레콤 간 ‘1위 견제 공조’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간 셈이다.
SK텔레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붉은 악마’와 제휴해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인 KTF보다 더 큰 마케팅 효과를 보기도 했다.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로 상징되는 붉은 악마의 응원 장면을 TV 광고로 쏟아내면서 ‘월드컵=SK텔레콤’이란 인식을 만들어냈다. KTF 관계자들은 “당시 SK텔레콤이 너무 얄미웠다”고 회상했다.
LG텔레콤의 한 차장은 “SK텔레콤은 시장 리더로서의 ‘매너’가 더 필요하다. 콧대만 세다”고 비판했다. 그는 “1등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2, 3위 업체가 선점한 행사나 마케팅 기법을 결국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현대의 박력+삼성의 꾀=SK텔레콤”
SK텔레콤은 위기 상황에서 종종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하곤 했다. 경쟁사들도 이에 대해서는 “허를 찔린 것 같을 때가 많다”고 평가한다.
SK텔레콤은 2004년 5월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인가 조건 이행을 심사받기 직전에 “2006년까지 시장점유율을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인가 시점 당시 수준인 52.3%로 지키겠다”고 깜짝 선언해 버렸다. 시장지배력 확대에 대한 외부의 우려와 공격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국내에서 소모적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해외사업 등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당시는 합병인가 조건 이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2002년의 합병이 재검토될 상황이었다.
자회사였던 SK텔레텍의 휴대전화를 집중적으로 공급받아 단말기 제조업체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2005년 5월 SK텔레텍을 팬택에 팔아버린 것도 과감한 결정이었다.
KTF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SK텔레콤은 지나치게 이윤만 추구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지만 그 민첩한 전략들에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무선인터넷 부문을 따라 배울 수 있는 기업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어찌 보면 무척 고마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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