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 환투기” 한은 20여 곳 적발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한국은행은 20일 투기성 외환거래를 한 20여 개의 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적발해 주의를 촉구했다.

한은이 이날 밝힌 ‘투기성 외환매매에 대한 주의 환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환거래량 상위 60개 기업 가운데 20여 개 기업이 △선물환 매매 △선물환 중도 청산 △현물환 반대매매 등 환차익을 얻기 위해 과도한 수준의 파생금융거래를 했다.

일부 중소기업은 환차익을 얻기 위한 전담팀을 두고 하루 종일 외환거래를 한 결과 1개월간 거래 금액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렀다.

한 업체는 수출입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한 번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외환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대기업은 영업이익이 많이 났는데도 파생금융거래로 환투기를 일삼는 바람에 200억 원의 손실을 입어 결국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했다.

‘변종통화옵션’이라는 형태의 외환거래로 순이익을 모두 날리거나 3일 만에 2억 원의 손실을 본 업체도 있었다.

도용호 한은 외환조사팀 과장은 “투기성 외환거래를 많이 하면 외환시장 교란과 기업 고유의 영업활동 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996년부터 외환거래 관련 규제를 축소해 현재는 투기성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일각에선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가 최근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이 새로운 통화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한은과 금감원 등 당국이 거래 현황 분석 후 주의를 주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선제적 위험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기업이 투기성 거래를 자제하고 은행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의 과도한 거래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투기성 외환거래를 허용한 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검사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설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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