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회사)는 당신이 큰 아픔을 품고 계시면서도 그 아픔을 자식에게 알리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어머니의 고통을 나누어야 할 때입니다. SK맨들의 의지를 모을 때, 그 고통은 도약의 디딤돌로 바뀔 수 있을 겁니다.” -ID 광화문을 바라보며
2007년 4월 19일
“벌써 4년이 됐군요. 오늘 화창했던 날씨와 파란 하늘이 더욱 가슴 찡하게 와 닿습니다. 앞으로도 ‘더 맑음’인 SK네트웍스의 앞날을 기대합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ID 과장2》
●나비는 눈물을 기억한다
SK네트웍스 임직원들은 20일 출근길에 사옥 로비에서 겉봉에 ‘축 졸업’이라고 적힌 떡 한 덩이씩을 받았다. 전날 4년여 만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한 회사 측이 마련한 기념품이었다.
조촐한 선물이지만 떡을 집어 든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고통 속에서 이를 악물고 극복한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었다.
▶본보 20일자 B1면 참조
SK네트웍스의 사내(社內) 전산망에는 ‘Our Voice’라는 익명 게시판이 있다. 2003년 3월, 당시 SK글로벌에 대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결정하자 이 게시판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딛기 위해 서로를 독려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아빠가’라는 ID의 사원은 아빠 회사에 대해 묻는 유치원생 딸에게 “아빠 회사는 정말 큰 회사야. 그런데 지금 좀 아파. 하지만 금방 나을 거야. 아빠 같은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치료하고 있거든”이라고 대답했다는 사연을 올렸다.
‘최봉진’이란 이름의 사원은 “회사 입사 7년차지만 이토록 애사심을 느껴 본 적은 없었다”며 “이제 SK라는 지붕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우리가 정말로 사랑해야 할 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워크아웃 이후 거센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다. 2702명이던 임직원은 1년 사이에 1916명으로 786명이 줄었다. 40개의 해외 법인과 사무소는 17개로 줄어 절반이 채 남지 않았고, 7개였던 무역부문도 3개로 줄었다. 분식회계의 대가는 뼈를 깎는 아픔이었다.
SK네트웍스 이형채 홍보팀장은 “당시 직원들 사이에는 ‘회사가 나를 챙겨 주지 못하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기쁨이나 축하보다 더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글이 있었다. 진지한 반성과 각오였다.
“우리 오늘을 함께, 서로 축하합시다. 그리고 우리 후배들은 그런 경험을 하지 않도록 선배들이 열심히 노력합시다.”(ID 생활의 달인)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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