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삼성전자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여러 차례 수정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영업이익 추정치는 삼성전자가 발표한 1조1800억 원보다 무려 2000억∼4000억 원 많았다.
매출액도 실제 액수보다 3000억 원 이상 초과했다.
LG필립스LCD의 영업적자 전망치도 역시 몇 차례 수정을 거듭했지만, 실제보다 4000억∼7000억 원 높았고, 포스코의 실제 매출액은 증권사의 추정치보다 3000억 원가량 많았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실적발표 전 한 달 동안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 이상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된 회사가 각각 80여개사에 이르렀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변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순이익이 116%가량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종목분석가들의 실적 추정치가 롤러코스터처럼 엄청난 진폭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증권사의 종목분석가가 ‘신(神)’은 아니다. 추정치인 만큼 실제 실적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수차례나, 그것도 큰 폭으로 추정치를 바꾸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겠다’고 등을 돌려도 할 말이 없을 듯싶다. 실적 전망치 조정이 되풀이되는 것은 종목분석가들이 기업은 계속 성장한다는 신념에 따라 미래 기업이익에 대체로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전망치는 자체 분석 자료도 참고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승세인지 하락세인지를 살펴 그 추세에 맞춰 제시하는 경향도 무시 못한다”며 “이 때문에 실제 실적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참고만 할 뿐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머릿속에 확실히 새겨둬야 할 것 같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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