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은 해외 기업이 공략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일본 기업 간의 내수 경쟁이 치열하고 일본 소비자의 취향이 매우 까다로우며 품질에 대해 아주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철옹성 같은 일본 시장을 뚫기 위한 한국 전자·정보통신(IT)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LG전자는 최근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스팀 트롬 세탁기’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유통 거래 업체 대표 20여 명과 35개 언론사 기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규홍 LG전자 일본법인장은 이 자리에서 “LG전자가 2010년에 ‘세계 3대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본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일본 시장에 내놓은 휴대전화 ‘심퓨어’는 3개월 만에 15만 대가 팔렸다. 이는 100일 만에 18만 대가 팔린 초콜릿폰의 대박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2004년 7월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이동통신사 KDDI와 휴대전화 공급 계약을 체결한 팬택 계열의 선전(善戰)도 주목된다. KDDI를 통해 판매되는 ‘에이유(au)’ 모델은 외국 기업 생산 휴대전화로서는 처음으로 이달 중 100만 대를 돌파할 예정이다.
또 한국 대표 인터넷 기업인 NHN은 올 하반기 일본에서 검색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 진출을 본격화한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일본 시장 상륙 작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 시장 진입에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대일(對日) 마케팅 전략은 일단 ‘틈새시장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팬택계열이 일본인 50, 60대 중장년층을 위한 실용적 휴대전화 시장을, LG전자가 디지털TV 같은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도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덜 적극적이란 평을 듣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니 같은 일본 회사들과의 ‘기업 간 거래’가 많다”면서 “일본 소비 시장 진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전략적 고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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