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연구보고서 중 상당수가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아 예산 낭비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가 26일 정부의 정책연구정보서비스 시스템인 ‘프리즘’에 게재된 2003년 1월∼2007년 4월의 정부 용역 발주계약 및 보고서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686억5123만 원의 세금이 용역비로 지출됐다.
외부 연구용역비는 정보통신부(53억9000만 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자치부(52억900만 원) △해양수산부(46억5000만 원) △건설교통부(44억7000만 원) △산업자원부(37억100만 원) △문화관광부(34억4000만 원) △재경부(32억6000만 원) △기획예산처(22억80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용역보고서가 ‘정책 대안을 위한 연구’라는 취지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의 효과적인 사용이 더 강조되는 경제 부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산처는 지난해 11월 1000만 원을 들여 서울의 한 대학에 ‘재정정책에 대한 국민공감대 확산 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비전2030’이 상당수 언론에서 ‘장밋빛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사실상 공론화가 어렵게 되자 뒤늦게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도 당시 언론 보도 분석과 정책 홍보에 필요한 원론적 학술 이론 등이 대부분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9월 각종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해소 방안을 찾겠다며 950만 원을 주고 한국조세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지금과는 경제·사회적 환경이 크게 다른 14년 전의 금융실명제를 분석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미 각 부처에서 파악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을 용역에 맡기는 사례도 있었다.
재경부는 2004년 2860만 원을 주고 산업연구원에 ‘주력 산업의 현황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라는 용역보고서를 의뢰했다.
그러나 내용의 대부분은 반도체 자동차 등 10대 주력 산업의 현황과 해외 사례로, 정부가 자료 취합을 의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광해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가 최근 정부에 제출한 ‘연구용역의 품질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02∼2004년 의뢰한 외부 용역보고서 중 정책 개선에 활용된 것은 전체의 6.2%에 그쳤고 ‘단순 정책 참고’가 81.8%나 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말 ‘정책연구용역관리규정’을 개정해 각 정부 기관이 ‘정책연구용역심의위원회’를 두고 용역비가 1000만 원이 넘을 경우 용역 주제의 실효성 등을 자체 관리하기로 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용역을 발주하다 보니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는 보고서도 중장기 과제를 검토할 때 참고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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