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컴퓨터 가게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각종 회로기판과 반도체, 검사용 장비와 수많은 전선 등이 가득 차 있었다.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를 기획 설계만 하고 실제 제작은 외부 생산 업체에 맡기는 ‘팹리스(fabrication-less)’ 반도체 회사다. 일반적으로 팹리스 업체의 사무실은 컴퓨터 외에는 별로 필요한 것이 없어서 사무실도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돈되지 않은 풍경이 바로 펜타마이크로의 경쟁력이었다.》
○ 틈새시장을 찾아내다
최근 들어 보안 영상장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아날로그 장비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관하는 것이 힘들 뿐더러 테이프를 여러 번 사용하면 화질도 떨어진다. 반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디지털 동영상을 저장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영상을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타마이크로가 만드는 영상처리 반도체는 이런 디지털 보안 영상장비를 통제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이 시장의 1위는 미국의 세계적인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 세계 시장의 3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펜타마이크로의 점유율은 약 25%로 세계 2위다.
하지만 이 격차는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TI가 생산하는 반도체는 보안 영상장비 외에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칩인 반면 펜타마이크로의 제품은 보안 영상장비용 전용 칩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이 처음 개발될 때에는 주로 범용 칩이 사용된다. 기존에 다른 제품에 사용하던 반도체를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시장이 형성되고 대량생산이 시작되면 전용 칩이 더 많이 팔린다. 가격이 싼데 성능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디지털 보안 영상장비 시장이 급성장한 건 최근 1, 2년. 펜타마이크로와 TI의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다.
이처럼 틈새시장을 선점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 회사가 처음 흑자를 낸 건 2005년부터. 이전에는 매년 적자를 봤다. 하지만 시장을 내다보고 먼저 투자한 것이 경쟁업체를 앞설 수 있었던 이유였다.
○ 부품을 팔지 말고 ‘해결책’을 팔아라
처음 방문했을 때 사무실을 지저분하게 한 것이 바로 이 회로기판이었다. 회로기판에 카메라 렌즈와 저장장치를 연결하고 케이스를 씌워 전기를 꽂으면 보안 영상장비가 된다.
펜타마이크로가 이런 회로기판을 만드는 이유는 완성품 제조업체가 펜타마이크로의 반도체를 빨리 응용해 고유한 제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새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샘플’로 제공해서 고객사로 하여금 제품 출하 시기를 앞당기도록 돕는 것이다.
이 회로기판의 가격은 개당 약 1만8000달러(약 1710만 원)다. 하지만 만드는 대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 제작과 더불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또 자신들의 고객사가 시장을 선점하도록 만들면 결과적으로 펜타마이크로의 시장 점유율도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세진 펜타마이크로 사장은 “단순히 부품만 파는 게 아니라 부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팔아야 고객이 계속 우리와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 독창적인 기술력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에 화면 내에서 특정 부분의 움직임만을 감지할 수 있는 ‘모션 디텍션’ 기능과 녹화 장면을 수정하면 흔적이 남도록 한 ‘워터마크’ 기능 등의 기술을 넣었다.
모션 디텍션은 촬영 중인 화면을 여러 구역으로 나눈 뒤 현금입출금기 앞이라거나 출입문 부근 등 ‘중요한 구역’으로 누군가 들어왔을 때에만 녹화를 하는 기능이다. 이 방법을 쓰면 쓸 데 없는 장면이 녹화되는 걸 줄일 수 있어 사고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 위조가 쉬운 디지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워터마크 기능도 넣었다. 저장되는 동영상에 일종의 암호를 걸어 놓아 누군가가 동영상을 수정하면 워터마크가 훼손되도록 한 것이다. 암호를 모르면 훼손된 워터마크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보안 동영상을 바꿔치기하거나 위조 및 변조해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기술이 회사의 경쟁력이 됐다. 이를 위해 40명의 직원 가운데 26명이 연구개발(R&D) 직원이다. 지난해에는 2명의 대졸 신입 사원도 새로 뽑았는데 모두 연구직으로만 선발했다. 작은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기술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펜타마이크로의 반도체를 사용한 제품은 전 세계에서 환영받는다. 처음에는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등 국내 보안 영상장비 제조업체만이 주된 고객이었지만 곧이어 일본의 JVC, 대만 AV테크 등 세계 140여 개 전자업체가 고객사가 됐다. 이 회사 매출의 80% 이상은 수출로 벌어들인다.
정 사장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PC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듯 언젠가 보안카메라에도 모두 ‘펜타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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