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국내 미니기업]<7>펜타마이크로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7분


펜타마이크로는 2000년 설립 후 영상처리 반도체 기술 개발이라는 한우물만 파는 데 전념해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영상처리 반도체를 생산해 지난해 말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정세진 사장이 완성된 디지털 보안카메라용 회로기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성남=김상훈  기자
펜타마이크로는 2000년 설립 후 영상처리 반도체 기술 개발이라는 한우물만 파는 데 전념해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영상처리 반도체를 생산해 지난해 말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했다. 정세진 사장이 완성된 디지털 보안카메라용 회로기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성남=김상훈 기자
펜타마이크로의 영상처리 반도체가 부착된 회로기판에 전원과 저장장치, 모니터 등이 연결돼 있다.
펜타마이크로의 영상처리 반도체가 부착된 회로기판에 전원과 저장장치, 모니터 등이 연결돼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펜타마이크로 본사. 입구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반도체가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사무실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첨단 반도체 업체라기보다는 용산전자상

가 컴퓨터 가게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각종 회로기판과 반도체, 검사용 장비와 수많은 전선 등이 가득 차 있었다.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를 기획 설계만 하고 실제 제작은 외부 생산 업체에 맡기는 ‘팹리스(fabrication-less)’ 반도체 회사다. 일반적으로 팹리스 업체의 사무실은 컴퓨터 외에는 별로 필요한 것이 없어서 사무실도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돈되지 않은 풍경이 바로 펜타마이크로의 경쟁력이었다.》

○ 틈새시장을 찾아내다

펜타마이크로가 생산하는 제품은 디지털 폐쇄회로 카메라 등의 최신 보안용 영상장치에 사용되는 영상처리 반도체다.

최근 들어 보안 영상장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다.

아날로그 장비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관하는 것이 힘들 뿐더러 테이프를 여러 번 사용하면 화질도 떨어진다. 반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디지털 동영상을 저장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영상을 선명하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펜타마이크로가 만드는 영상처리 반도체는 이런 디지털 보안 영상장비를 통제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이 시장의 1위는 미국의 세계적인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로 세계 시장의 3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펜타마이크로의 점유율은 약 25%로 세계 2위다.

하지만 이 격차는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TI가 생산하는 반도체는 보안 영상장비 외에 다른 가전제품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칩인 반면 펜타마이크로의 제품은 보안 영상장비용 전용 칩이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이 처음 개발될 때에는 주로 범용 칩이 사용된다. 기존에 다른 제품에 사용하던 반도체를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시장이 형성되고 대량생산이 시작되면 전용 칩이 더 많이 팔린다. 가격이 싼데 성능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디지털 보안 영상장비 시장이 급성장한 건 최근 1, 2년. 펜타마이크로와 TI의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다.

이처럼 틈새시장을 선점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 회사가 처음 흑자를 낸 건 2005년부터. 이전에는 매년 적자를 봤다. 하지만 시장을 내다보고 먼저 투자한 것이 경쟁업체를 앞설 수 있었던 이유였다.

○ 부품을 팔지 말고 ‘해결책’을 팔아라

펜타마이크로는 제품을 직접 제작하지 않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이지만 소량으로 직접 생산하는 제품도 있다. 반(半)완성품 수준의 제품 회로기판이 그것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사무실을 지저분하게 한 것이 바로 이 회로기판이었다. 회로기판에 카메라 렌즈와 저장장치를 연결하고 케이스를 씌워 전기를 꽂으면 보안 영상장비가 된다.

펜타마이크로가 이런 회로기판을 만드는 이유는 완성품 제조업체가 펜타마이크로의 반도체를 빨리 응용해 고유한 제품을 조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새 반도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샘플’로 제공해서 고객사로 하여금 제품 출하 시기를 앞당기도록 돕는 것이다.

이 회로기판의 가격은 개당 약 1만8000달러(약 1710만 원)다. 하지만 만드는 대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생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 제작과 더불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또 자신들의 고객사가 시장을 선점하도록 만들면 결과적으로 펜타마이크로의 시장 점유율도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세진 펜타마이크로 사장은 “단순히 부품만 파는 게 아니라 부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팔아야 고객이 계속 우리와 거래를 한다”고 말했다.

○ 독창적인 기술력

펜타마이크로는 반도체에 화면 내에서 특정 부분의 움직임만을 감지할 수 있는 ‘모션 디텍션’ 기능과 녹화 장면을 수정하면 흔적이 남도록 한 ‘워터마크’ 기능 등의 기술을 넣었다.

모션 디텍션은 촬영 중인 화면을 여러 구역으로 나눈 뒤 현금입출금기 앞이라거나 출입문 부근 등 ‘중요한 구역’으로 누군가 들어왔을 때에만 녹화를 하는 기능이다. 이 방법을 쓰면 쓸 데 없는 장면이 녹화되는 걸 줄일 수 있어 사고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또 위조가 쉬운 디지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워터마크 기능도 넣었다. 저장되는 동영상에 일종의 암호를 걸어 놓아 누군가가 동영상을 수정하면 워터마크가 훼손되도록 한 것이다. 암호를 모르면 훼손된 워터마크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보안 동영상을 바꿔치기하거나 위조 및 변조해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기술이 회사의 경쟁력이 됐다. 이를 위해 40명의 직원 가운데 26명이 연구개발(R&D) 직원이다. 지난해에는 2명의 대졸 신입 사원도 새로 뽑았는데 모두 연구직으로만 선발했다. 작은 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기술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펜타마이크로의 반도체를 사용한 제품은 전 세계에서 환영받는다. 처음에는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 등 국내 보안 영상장비 제조업체만이 주된 고객이었지만 곧이어 일본의 JVC, 대만 AV테크 등 세계 140여 개 전자업체가 고객사가 됐다. 이 회사 매출의 80% 이상은 수출로 벌어들인다.

정 사장은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 PC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듯 언젠가 보안카메라에도 모두 ‘펜타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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