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 그날 밤 무슨 일 있었나

  • 입력 2007년 4월 27일 17시 30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하자 경호원 등을 동원해 보복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과연 보복 폭행이 있었던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모아보면 보복 폭행 사건은 한화측의 해명과는 달리 한밤의 느와르를 방불케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김 회장이 실제 폭행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사법기관을 거치지 않은 채 사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재벌 총수의 비뚤어진 인식에 대한 비난여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사건 시발은 청담동 G주점 = 3월 8일 새벽 5~6시께(전날 저녁이라는 증언도 있음) Y씨 등 서울 북창동 S주점 종업원 대여섯 명은 일을 마치고 종종 찾아가던 청담동의 G술집에 손님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Y씨 등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시비가 붙었고 김 회장의 아들은 이 과정에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눈 주위를 10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아들은 귀가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고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김 회장은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남자답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직접 가해자 `색출'에 나섰다.

이날 초저녁 김 회장과 아들은 Y씨 등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차량 7,8대에 나눠타고 10여명의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청담동 G주점에 들이닥쳤다.

김 회장 측은 G주점 관계자들을 다그쳐 단골인 북창동 S주점 종업원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이들을 불러냈다.

G주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들과 다툼이 있었던 사람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S주점 종업원 4명은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사과를 하기 위해 오후 8시께 이곳에 도착했다.

◇ 청계산 보복폭행 있었나 = 김 회장 측은 이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청계산 자락의 한 창고로 끌고 가 폭행하기 시작했다.

한 피해 종업원은 "산으로 한 200미터쯤 올라가니 사람들이 양쪽에 길게 늘어서 있었고 불도 없는 어두운 창고로 우리를 끌고 갔다"며 "잠깐 라이터로 불을 켜더니 `좀 맞아야 겠다'고 하고는 수십 분 동안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없이 맞는 데 너무 무서워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며 "나중에 차로 어딘가에 내려주는 데 죽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행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아들을 때린 Y씨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김 회장은 이들을 서울 모처에 내려주고 곧바로 북창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측은 김 회장이 북창동 S주점 외의 다른 곳에서 Y씨 등 종업원들을 만난 적이 없으며 S주점도 상황이 모두 수습된 후 찾아갔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김 회장의 폭행 가담 여부 규명이 경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폭 `전쟁' 방불케 한 북창동 접수 = 등산복 차림의 김 회장과 경호원 30여명이 대형 승용차 예닐곱대에 나눠타고 북창동에 나타난 것은 이날 자정께.

이들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S주점에 들이닥쳐 순식간에 S주점을 장악하고 사장을 통해 종업원 Y씨를 불러내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S주점 사장의 뺨을 때리는 등 직접 폭행에 가담하기도 했다.

인근 주점의 종업원들과 업주들이 상대 조직에 의한 `전쟁'으로 오인해 몰려왔지만 이들은 밖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의 제지로 김 회장이 들어간 S주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S주점 인근 상인은 "눈가를 많이 다친 회장 아들과 모자를 쓴 회장을 봤다"며 "주변에 목격자들이 많았는데도 너무 무서워 아무도 신고하거나 동영상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Y씨를 찾아내 아들에게 `맞은 만큼' 때리도록 한 후 양주와 맥주를 시켜 폭탄주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주면서 `남자답게 화해했으니 없던일로 하자'고 제안하고 술값 명목으로 100만원을 주고 현장을 떠났다.

한화그룹 측은 "회장이 `사과를 받아오라'며 아들과 경호원들을 먼저 보냈지만 아무런 폭력 없이 사과를 받았고 회장은 아들이 걱정된 마음에 상황이 모두 수습된 후 찾아가 화해의 술잔을 돌렸을 뿐"이라며 "어디까지나 회장의 아들이 피해자"라고주장하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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