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은 3월 15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주식공개매수(TOB)를 진행한 결과 닛코코디얼그룹 주식 56.15%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공식발표했다. TOB를 시작하기 전 보유 지분을 더한 씨티의 총지분은 61.08%에 이르게 된다.
닛코코디얼그룹은 2006년 영업수익이 5166억 엔(약 4조1328억 원) 정도이며 노무라홀딩스와 다이와증권그룹에 이어 일본 증권업계 외형 3위다. 씨티그룹은 100여 개국에 32만700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굴지의 금융기업이다.
씨티의 닛코코디얼 인수는 3가지 점에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 인수금액이 9200억 엔(약 7조3600억 원)으로 해외자본의 일본 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GE캐피털이 일본리스의 리스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낸 8700억 엔이 최고였다.
둘째, 씨티는 현재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 종업원 1만7000명을 감원해 2007년에 21억 달러(약 1조9528억 원)의 경비를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11일 발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미즈호코퍼레이트 등 닛코코디얼의 기존 일본 주주들은 대부분 씨티의 TOB에 응했다. 하지만 지분 6.7%를 보유한 영국계 투자펀드 ‘오비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 상당수 영미계 주주들은 씨티그룹이 제시한 주가가 너무 낮다며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았다.
한쪽 살을 깎아내서라도 닛코코디얼을 사려는 씨티와, 일본자본은 솔깃해하는 매수금액에 꿈쩍도 하지 않는 영미계 기존주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본 기업의 가치는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다.
비슷한 현상은 최근 전일본항공(ANA)이 도쿄(東京) 등지의 산하 호텔 3곳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ANA 측은 매각금액을 1000억 엔 정도로 예상했으나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다른 미국계 투자펀드와 치열한 경합 끝에 2813억 엔을 응찰가로 써냈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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