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기업공개 추진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도 2005년 1월 코스닥증권시장, 선물거래소를 통합한 단일 증권시장으로 출범하면서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회원제 사단법인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상장(上場)으로 자본을 확충해 해외 거래소와 경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류성곤 증권선물거래소 IPO추진단 부장은 “정부는 2003년 국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거래소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며 “이미 세계 15대 거래소 중 11곳이 상장했고, 도쿄증권거래소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올해 4월 목표로 추진하던 거래소의 상장은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상장에 앞서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로 누려왔던 이익 가운데 얼마를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를 놓고 주주, 시민단체, 정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최근 상장추진위원회를 통해 적정 환원 규모를 2600억 원 이내로 제시했으나, 시민단체 등은 2006년 말 현재 잉여금이 1조2400억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적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주주회사인 43개 금융회사 등이 누릴 상장차익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소는 자본금(1000억 원)의 100%에 해당하는 2000만 주(액면가 5000원)를 무상증자해 기존 주주에게 나눠 주고, 금융회사들은 무상증자분만큼을 일반인에게 공모를 통해 팔 예정이다. 증시에서는 해외 거래소의 주가를 감안할 때 주당 4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전망은 밝지만 수익 낮은건 해결 과제
증시에서는 대체로 ‘상장회사 거래소’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박석현 메리츠증권 선임 연구원은 “주식 거래 독점권으로 한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감시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경영 비효율성도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철호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거래소들의 M&A도 증권선물거래소의 주가를 올리는 요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고, 다양한 수익원 개발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거래소의 지난해 매출(3012억 원) 중 ‘주식거래 수수료’(2691억 원) 비중이 89.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소 측은 “영국 독일 등 선진 시장은 ‘시장정보 사용료’, ‘전산 수출’ 등의 비중이 최대 40%에 이른다”며 “공익기관의 성격이 강해 수익을 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대표적인 수익성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이 지난해 5.8%에 그쳐 홍콩(48.0%), 싱가포르(30.8%), 도쿄(19.9%) 등 해외 거래소의 수익성에 크게 못 미쳤다.
H증권 관계자는 “선진국 거래소는 시장의 요구에 상응한 정보를 개발해 팔고 있다”며 “우리 거래소도 활용가치가 높은 지수를 개발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 해외기업 유치해야 허브 시장 가능’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2005년 출범 당시 ‘30개 해외기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동북아의 허브 시장’이 되려면 무엇보다 한국의 거래소에서 다양한 상품과 좋은 기업이 거래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년이 지난 현재 16개 외국 기업이 한국 증시 상장을 위해 주간사 회사를 선정했다지만, 중국 섬유업체인 화펑(華豊)방직이 겨우 다음 달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상장을 하는 목적은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도쿄 등 경쟁 시장에 비해 주가가 낮게 거래돼 자금 조달에 불리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홍콩 등 경쟁 거래소에 비해 수수료가 낮고 상장 유지비용도 적다”며 “안정된 유가증권시장, 성장성의 코스닥시장, 발전된 파생상품시장 등을 고루 갖춘 것도 강점”이라고 밝혔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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