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3년 만에 6, 7배, 지분 쪼개기는 3배로 급증
해방촌은 남산과 새로 조성될 민족공원 사이에 있는 용산구의 대표적 달동네. 1970년대에 지어져 오래된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유턴프로젝트를 발표해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는 녹지축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곳을 가로막고 있는 구릉지역을 녹지로 만들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거대한 녹지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해방촌, 이태원동 등에 고급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발표가 나오기가 무섭게 해방촌 일대 집값은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2004년 평당 500만∼600만 원이던 10평 미만 빌라의 가격이 3년 만에 평당 3000만∼3500만 원으로 6, 7배가량 뛰었다.
다세대주택을 신축해 편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신종 ‘쪼개기’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해방촌 일대 건축허가 신청 건수는 모두 35건이었으나 올해 들어선 3월까지 27건으로 월 평균 3배로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단독주택을 부수고 빌라를 지은 뒤 여러 개의 등기를 내 지분을 늘리려는 것들이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지분 쪼개기인 것을 알고 있지만 명확한 개발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허가 제한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중개업소 재미 본 뒤 철수?
일각에선 이런 과열 양상은 서울시가 성급하게 유턴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발표 이후 집값이 급등하고 쪼개기까지 성행해 이제 저밀도 고급 주거단지 건설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이곳은 남산 고도제한 때문에 3∼5층 이상으로 집을 지을 수 없어 용적률로 사업성을 높일 수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녹지축 확장계획과 관련해 해방촌을 경유할지 등 정확한 경로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특히 벌써부터 분양권 운운하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얘기”라고 일축했다.
용산구청 측도 “수송단 등 민족공원 주변 미군부대 용지는 건설교통부에서 기지 이전비용을 대기 위해 복합 개발을 하기로 했다”며 “서울시가 녹지축을 확장하기 위해 이곳에 입주권을 준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해방촌은 ‘한창 뜨고 있다’는 일부 중개업자들의 말과는 달리 상당수 업소가 이미 문을 닫았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2004년 말 10개 정도에 불과했던 이곳 중개업소는 서울시의 유턴 프로젝트 발표 후 50개까지 늘어났다가 올해 들어 10여 개가 폐업했다. 지난해 이미 대대적인 투기바람으로 매물이 거의 팔린 데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거래가 뜸해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개업소 사장은 “한몫 챙긴 중개업자들이 끝물을 타고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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