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개인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신고자는 종부세 도입 첫 해인 2005년 3만6441명에서 3년 만인 올해 38만1000명으로,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더구나 올해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35%인 13만9000명은 1가구 1주택자입니다.
세(稅) 부담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해 한꺼번에 20%포인트나 오른 종부세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적용률이 앞으로도 해마다 10%포인트씩, 2009년에 100%가 될 때까지 오르기 때문입니다. 재산세 과표적용률도 올해는 50%이지만 내년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라가 2017년이면 100%가 됩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높아지지 않아도 국민의 세 부담은 해마다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최근 본보가 보도한 것처럼 올해 들어 집값이 급락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웃돌거나 육박하는 사례가 확산되면 집 가진 국민의 가슴앓이는 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본보 4월 30일자 A1·3면 참조
▶일부 아파트 공시가, 거래가 추월
▶대치 은마 34평형 공시가격 〉 실거래가
▶과천 49% 상승 ‘최고’
그런데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보유세가 부담되면 집을 팔고 떠나라”는 취지의 무책임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습니다. 설사 집을 팔려고 해도 최근에는 아예 거래가 안 되는 데다 양도세 중과(重課)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종부세 등 현행 부동산 세제를 도입한 것은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발 집값 불안을 잡기 위한 취지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집값이 올랐던 강남을 표적으로 한 무차별적인 세금 정책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거래 실종으로 인한 시장 왜곡은 물론이고 실수요자나 은퇴생활자, 세입자 등 서민들이 최대의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17세기 영국왕 윌리엄 3세는 창문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를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이 창문을 폐쇄하고 차라리 어둠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정책의 기본은 국민이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어느 교수의 지적을 정부는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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